오늘 앨범 : 어서오세요, 고양이 식당입니다 10
작사 : 오늘
작곡 : Mate Chocolate
“저 승진했어요!”
“오-?”
“이제 사원이 아니라
대리라구요!”
물개 씨의 만면에 미소가
가득합니다. 어쩌면 퇴사를
했을 지 모른다 생각했는데,
일이 잘 풀렸나 보군요.
“축하합니다.”
“고양이 식당에 다녀간
뒤부터 모든 게 다 잘 풀렸어요!”
다른 손님들이 반죽을
담을 통을 가지러 간 사이에
물개 씨는 쉬지 않고 종알거립니다.
“주방장님이 시킨 대로
범고래랑 손절을 했거든요.”
“저는 그런 걸 시킨
기억이 없는데?”
“처음에는 글쎄 제가 범고래를
괴롭혔다고 소문이 이상하게 나서
매일 혼자 다니고 혼자 밥 먹고
진짜 힘들었어요. 사실 그때
주방장님 되게 원망했어요.”
“저는 손절 같은 걸 시킨
적이 없다니까요?”
“아무튼 시간이 지나니까
범고래가 저 말고 다른
먹이가 없는지 물색하는 게
보이더라구요. 이 사람한테
붙었다가 저 사람한테
붙었다가 잘 지내는 것
같더니, 결국엔 이기적인
행동에 질린 회사 분들이
다 외면하기 시작한 거예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저에 대한 동정 여론도
생겼고….”
“뭐… 잘됐네요.”
“그래도 반반이었어요.
오래 어울려 다녔으니 쟤도
문제가 있을 거라고
수군대는 동료들이 많았거든요.
오죽하면 범고래가 쳐냈겠냐고.
웃기죠? 쳐낸 건 난데,
손절은 내가 한 건데 말이에요.”
“그렇군요.”
“암튼 상황이 확실히
역전된 건 제 밑으로
후임이 들어온 뒤부터예요.
얼마나 똘똘한지
들어오자마자 범고래가
어떤 동물인지 눈치챈
거 있죠? 전 그때 그냥
퇴사하려고 했거든요.
근데 제가 그만두면
인수인계를 범고래한테
받아야 하니까 좀만
버텨달라고 통사정을
하더라구요. 자기가
괴롭힘당해서 첫 직장
잃는 걸 보고 싶냐면서.”
어슬렁거리며 다가오는
동물들을 바라보며 스
테인리스 통의 뚜껑을 엽니다.
그리고 아직 따끈한 반죽
속에 국자를 넣어 휘휘 젓습니다.
“그 말을 들으니까
미안하더라구요. 그래서
좀만 더 버텨보자고
생각했죠.”
역시 물개는 귀가 얇은
동물입니다.
“지금 제가 귀가 얇다고
생각하셨죠?”
“……아뇨.”
“맞으면서. 그치만 이건
예상 못 하셨을걸요?
글쎄, 그 후임이 대학
다닐 때부터 아주 유명한
정치의 달인이었대요.
범고래가 실수한 걸 회식
자리에서 눈치 없는 척
다 폭로하질 않나, 제
실적을 훔치려고 할 때는
대표님께 직통으로 보고하질 않나,
나중에 범고래가 후임을
불러서 그만두라고 온갖
협박을 다 했는데, 그걸
녹음해서 감사팀에 신고하고
유튜브에 올려버린 거예요.
그동안 범고래가 법인 카드를
개인적으로 쓴 기록까지
싹 다 모아서.”
“대단한 후임이 들어왔군요.”
“덕분에 제가 수혜를
보게 됐죠. 이렇게
대리까지 달게 됐으니까.
이번에도 제힘으로 한 게 아니라
누군가에게 의지하게
된 걸지도 모르겠지만요.”
“순서가 잘못됐군요.”
“네?”
“물개 씨가 먼저 후임에게
바람직한 선배의 모습을
보여줬을 거고, 후임이
거기에 설득이 됐다는 게
순서에 맞겠죠. 들어 보니 보
통 사람이 아닌 것 같은데
그만한 깜냥이면 범고래에게
인수인계가 아니라 뭘 받는다
했어도 회사 생활 하나
적응을 못 했을까요. 누군가
부당하게 그만두는 것을
두고 보고 싶지 않아서
붙잡았다고 보는 게 훨씬
타당할 것 같습니다만.”
“그런가요?”
“물개 씨의 성실함과
선량함이 도움을 불러온
거라고 할 수 있겠군요. 또
누군가에게 의지하게
되었다기보다는 이제야
바람직한 결실을 맺었다고
보는 게 맞지 않을까요.”
저는 물개 씨의 바구니에
츄르 반죽을 가득 담으며
말을 마칩니다. 대답 없이
서 있던 물개 씨가
묵직한 바구니를 받아
들고 작은 목소리로 대꾸합니다.
“…역시 고양이 식당에
오길 잘했어요.”
“네?”
“감사합니다. 주방장님.”
물개 씨가 배시시 웃으며
바구니를 들고 돌아섭니다.
뭐라 대꾸할 새도 없이 아기
고양이와 인간이 거대한
김치통을 들고 앞에 섭니다.
설마 저기에 츄르를 만들어갈
생각은 아니겠죠.
“이게… 다 뭡니까.”
“겨울 내내 먹어야 하잖아요.
이 정도는 있어야 한다구요.”
“인간, 지금 이 고양이가
뭐라고 하는 거죠?”
“그… 수제 츄르라는
건 지금 아니면
먹을 수가 없으니까.
만드는 김에 넉넉하게
만드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어이가 없는 얼굴로 바라보는
제가 안중에도 없다는 듯
아기고양이 녀석이 반죽을
열심히 퍼다 김치통에
옮겨 담습니다.
인간이 아무리 고양이보다
서열이 낮다지만, 어떻게
이렇게 버르장머리 없는 녀석을
가르치지 않고 그냥
둘 수 있단 말이죠?
이미 네 개의 김치통에 반죽이
가득 찼습니다. 저는
아기고양이의 목덜미를 잡고
힘껏 들어 올립니다.
양발을 허공에 펼친
녀석이 바둥거리며 말합니다.
“뭐 하는 짓이에요! 이거 놔요!”
“인간과 함께 살면서 주인 노릇에
너무 익숙해졌군요. 여기는
내 식당이고, 규칙은 내가
정합니다. 김치통은
최대 세 개까지.
나머지 한 통은 반납하세요.”
“너무해요, 대장!”
“두 통.”
“그동안 같이 일한 정이 있는데!”
“한 통.”
“알겠어요! 세 통 세 통!”
시무룩해진 녀석을 바닥에
내려놓자 인간이 후다닥
달려와 녀석을 살핍니다.
너무 오냐오냐 기르면
버릇없는 고양이로
자랄 텐데 말이죠.
마음이 바뀔 새라 얼른 김치통
하나를 반납하고
멀찍이 자리 잡는 둘을 보며
짧은 한숨을 내쉽니다.
뭐 어쨌든 인간의 얼굴이 밝아
보이는 건 다행이군요.
둘 사이에 슬픔이 끼어들 자리는
없어 보입니다.
“저 승진했어요!”
“오-?”
“이제 사원이 아니라
대리라구요!”
물개 씨의 만면에 미소가
가득합니다. 어쩌면 퇴사를
했을 지 모른다 생각했는데,
일이 잘 풀렸나 보군요.
“축하합니다.”
“고양이 식당에 다녀간
뒤부터 모든 게 다 잘 풀렸어요!”
다른 손님들이 반죽을
담을 통을 가지러 간 사이에
물개 씨는 쉬지 않고 종알거립니다.
“주방장님이 시킨 대로
범고래랑 손절을 했거든요.”
“저는 그런 걸 시킨
기억이 없는데?”
“처음에는 글쎄 제가 범고래를
괴롭혔다고 소문이 이상하게 나서
매일 혼자 다니고 혼자 밥 먹고
진짜 힘들었어요. 사실 그때
주방장님 되게 원망했어요.”
“저는 손절 같은 걸 시킨
적이 없다니까요?”
“아무튼 시간이 지나니까
범고래가 저 말고 다른
먹이가 없는지 물색하는 게
보이더라구요. 이 사람한테
붙었다가 저 사람한테
붙었다가 잘 지내는 것
같더니, 결국엔 이기적인
행동에 질린 회사 분들이
다 외면하기 시작한 거예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저에 대한 동정 여론도
생겼고….”
“뭐… 잘됐네요.”
“그래도 반반이었어요.
오래 어울려 다녔으니 쟤도
문제가 있을 거라고
수군대는 동료들이 많았거든요.
오죽하면 범고래가 쳐냈겠냐고.
웃기죠? 쳐낸 건 난데,
손절은 내가 한 건데 말이에요.”
“그렇군요.”
“암튼 상황이 확실히
역전된 건 제 밑으로
후임이 들어온 뒤부터예요.
얼마나 똘똘한지
들어오자마자 범고래가
어떤 동물인지 눈치챈
거 있죠? 전 그때 그냥
퇴사하려고 했거든요.
근데 제가 그만두면
인수인계를 범고래한테
받아야 하니까 좀만
버텨달라고 통사정을
하더라구요. 자기가
괴롭힘당해서 첫 직장
잃는 걸 보고 싶냐면서.”
어슬렁거리며 다가오는
동물들을 바라보며 스
테인리스 통의 뚜껑을 엽니다.
그리고 아직 따끈한 반죽
속에 국자를 넣어 휘휘 젓습니다.
“그 말을 들으니까
미안하더라구요. 그래서
좀만 더 버텨보자고
생각했죠.”
역시 물개는 귀가 얇은
동물입니다.
“지금 제가 귀가 얇다고
생각하셨죠?”
“……아뇨.”
“맞으면서. 그치만 이건
예상 못 하셨을걸요?
글쎄, 그 후임이 대학
다닐 때부터 아주 유명한
정치의 달인이었대요.
범고래가 실수한 걸 회식
자리에서 눈치 없는 척
다 폭로하질 않나, 제
실적을 훔치려고 할 때는
대표님께 직통으로 보고하질 않나,
나중에 범고래가 후임을
불러서 그만두라고 온갖
협박을 다 했는데, 그걸
녹음해서 감사팀에 신고하고
유튜브에 올려버린 거예요.
그동안 범고래가 법인 카드를
개인적으로 쓴 기록까지
싹 다 모아서.”
“대단한 후임이 들어왔군요.”
“덕분에 제가 수혜를
보게 됐죠. 이렇게
대리까지 달게 됐으니까.
이번에도 제힘으로 한 게 아니라
누군가에게 의지하게
된 걸지도 모르겠지만요.”
“순서가 잘못됐군요.”
“네?”
“물개 씨가 먼저 후임에게
바람직한 선배의 모습을
보여줬을 거고, 후임이
거기에 설득이 됐다는 게
순서에 맞겠죠. 들어 보니 보
통 사람이 아닌 것 같은데
그만한 깜냥이면 범고래에게
인수인계가 아니라 뭘 받는다
했어도 회사 생활 하나
적응을 못 했을까요. 누군가
부당하게 그만두는 것을
두고 보고 싶지 않아서
붙잡았다고 보는 게 훨씬
타당할 것 같습니다만.”
“그런가요?”
“물개 씨의 성실함과
선량함이 도움을 불러온
거라고 할 수 있겠군요. 또
누군가에게 의지하게
되었다기보다는 이제야
바람직한 결실을 맺었다고
보는 게 맞지 않을까요.”
저는 물개 씨의 바구니에
츄르 반죽을 가득 담으며
말을 마칩니다. 대답 없이
서 있던 물개 씨가
묵직한 바구니를 받아
들고 작은 목소리로 대꾸합니다.
“…역시 고양이 식당에
오길 잘했어요.”
“네?”
“감사합니다. 주방장님.”
물개 씨가 배시시 웃으며
바구니를 들고 돌아섭니다.
뭐라 대꾸할 새도 없이 아기
고양이와 인간이 거대한
김치통을 들고 앞에 섭니다.
설마 저기에 츄르를 만들어갈
생각은 아니겠죠.
“이게… 다 뭡니까.”
“겨울 내내 먹어야 하잖아요.
이 정도는 있어야 한다구요.”
“인간, 지금 이 고양이가
뭐라고 하는 거죠?”
“그… 수제 츄르라는
건 지금 아니면
먹을 수가 없으니까.
만드는 김에 넉넉하게
만드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어이가 없는 얼굴로 바라보는
제가 안중에도 없다는 듯
아기고양이 녀석이 반죽을
열심히 퍼다 김치통에
옮겨 담습니다.
인간이 아무리 고양이보다
서열이 낮다지만, 어떻게
이렇게 버르장머리 없는 녀석을
가르치지 않고 그냥
둘 수 있단 말이죠?
이미 네 개의 김치통에 반죽이
가득 찼습니다. 저는
아기고양이의 목덜미를 잡고
힘껏 들어 올립니다.
양발을 허공에 펼친
녀석이 바둥거리며 말합니다.
“뭐 하는 짓이에요! 이거 놔요!”
“인간과 함께 살면서 주인 노릇에
너무 익숙해졌군요. 여기는
내 식당이고, 규칙은 내가
정합니다. 김치통은
최대 세 개까지.
나머지 한 통은 반납하세요.”
“너무해요, 대장!”
“두 통.”
“그동안 같이 일한 정이 있는데!”
“한 통.”
“알겠어요! 세 통 세 통!”
시무룩해진 녀석을 바닥에
내려놓자 인간이 후다닥
달려와 녀석을 살핍니다.
너무 오냐오냐 기르면
버릇없는 고양이로
자랄 텐데 말이죠.
마음이 바뀔 새라 얼른 김치통
하나를 반납하고
멀찍이 자리 잡는 둘을 보며
짧은 한숨을 내쉽니다.
뭐 어쨌든 인간의 얼굴이 밝아
보이는 건 다행이군요.
둘 사이에 슬픔이 끼어들 자리는
없어 보입니다.
“저 승진했어요!”
“오-?”
“이제 사원이 아니라
대리라구요!”
물개 씨의 만면에 미소가
가득합니다. 어쩌면 퇴사를
했을 지 모른다 생각했는데,
일이 잘 풀렸나 보군요.
“축하합니다.”
“고양이 식당에 다녀간
뒤부터 모든 게 다 잘 풀렸어요!”
다른 손님들이 반죽을
담을 통을 가지러 간 사이에
물개 씨는 쉬지 않고 종알거립니다.
“주방장님이 시킨 대로
범고래랑 손절을 했거든요.”
“저는 그런 걸 시킨
기억이 없는데?”
“처음에는 글쎄 제가 범고래를
괴롭혔다고 소문이 이상하게 나서
매일 혼자 다니고 혼자 밥 먹고
진짜 힘들었어요. 사실 그때
주방장님 되게 원망했어요.”
“저는 손절 같은 걸 시킨
적이 없다니까요?”
“아무튼 시간이 지나니까
범고래가 저 말고 다른
먹이가 없는지 물색하는 게
보이더라구요. 이 사람한테
붙었다가 저 사람한테
붙었다가 잘 지내는 것
같더니, 결국엔 이기적인
행동에 질린 회사 분들이
다 외면하기 시작한 거예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저에 대한 동정 여론도
생겼고….”
“뭐… 잘됐네요.”
“그래도 반반이었어요.
오래 어울려 다녔으니 쟤도
문제가 있을 거라고
수군대는 동료들이 많았거든요.
오죽하면 범고래가 쳐냈겠냐고.
웃기죠? 쳐낸 건 난데,
손절은 내가 한 건데 말이에요.”
“그렇군요.”
“암튼 상황이 확실히
역전된 건 제 밑으로
후임이 들어온 뒤부터예요.
얼마나 똘똘한지
들어오자마자 범고래가
어떤 동물인지 눈치챈
거 있죠? 전 그때 그냥
퇴사하려고 했거든요.
근데 제가 그만두면
인수인계를 범고래한테
받아야 하니까 좀만
버텨달라고 통사정을
하더라구요. 자기가
괴롭힘당해서 첫 직장
잃는 걸 보고 싶냐면서.”
어슬렁거리며 다가오는
동물들을 바라보며 스
테인리스 통의 뚜껑을 엽니다.
그리고 아직 따끈한 반죽
속에 국자를 넣어 휘휘 젓습니다.
“그 말을 들으니까
미안하더라구요. 그래서
좀만 더 버텨보자고
생각했죠.”
역시 물개는 귀가 얇은
동물입니다.
“지금 제가 귀가 얇다고
생각하셨죠?”
“……아뇨.”
“맞으면서. 그치만 이건
예상 못 하셨을걸요?
글쎄, 그 후임이 대학
다닐 때부터 아주 유명한
정치의 달인이었대요.
범고래가 실수한 걸 회식
자리에서 눈치 없는 척
다 폭로하질 않나, 제
실적을 훔치려고 할 때는
대표님께 직통으로 보고하질 않나,
나중에 범고래가 후임을
불러서 그만두라고 온갖
협박을 다 했는데, 그걸
녹음해서 감사팀에 신고하고
유튜브에 올려버린 거예요.
그동안 범고래가 법인 카드를
개인적으로 쓴 기록까지
싹 다 모아서.”
“대단한 후임이 들어왔군요.”
“덕분에 제가 수혜를
보게 됐죠. 이렇게
대리까지 달게 됐으니까.
이번에도 제힘으로 한 게 아니라
누군가에게 의지하게
된 걸지도 모르겠지만요.”
“순서가 잘못됐군요.”
“네?”
“물개 씨가 먼저 후임에게
바람직한 선배의 모습을
보여줬을 거고, 후임이
거기에 설득이 됐다는 게
순서에 맞겠죠. 들어 보니 보
통 사람이 아닌 것 같은데
그만한 깜냥이면 범고래에게
인수인계가 아니라 뭘 받는다
했어도 회사 생활 하나
적응을 못 했을까요. 누군가
부당하게 그만두는 것을
두고 보고 싶지 않아서
붙잡았다고 보는 게 훨씬
타당할 것 같습니다만.”
“그런가요?”
“물개 씨의 성실함과
선량함이 도움을 불러온
거라고 할 수 있겠군요. 또
누군가에게 의지하게
되었다기보다는 이제야
바람직한 결실을 맺었다고
보는 게 맞지 않을까요.”
저는 물개 씨의 바구니에
츄르 반죽을 가득 담으며
말을 마칩니다. 대답 없이
서 있던 물개 씨가
묵직한 바구니를 받아
들고 작은 목소리로 대꾸합니다.
“…역시 고양이 식당에
오길 잘했어요.”
“네?”
“감사합니다. 주방장님.”
물개 씨가 배시시 웃으며
바구니를 들고 돌아섭니다.
뭐라 대꾸할 새도 없이 아기
고양이와 인간이 거대한
김치통을 들고 앞에 섭니다.
설마 저기에 츄르를 만들어갈
생각은 아니겠죠.
“이게… 다 뭡니까.”
“겨울 내내 먹어야 하잖아요.
이 정도는 있어야 한다구요.”
“인간, 지금 이 고양이가
뭐라고 하는 거죠?”
“그… 수제 츄르라는
건 지금 아니면
먹을 수가 없으니까.
만드는 김에 넉넉하게
만드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어이가 없는 얼굴로 바라보는
제가 안중에도 없다는 듯
아기고양이 녀석이 반죽을
열심히 퍼다 김치통에
옮겨 담습니다.
인간이 아무리 고양이보다
서열이 낮다지만, 어떻게
이렇게 버르장머리 없는 녀석을
가르치지 않고 그냥
둘 수 있단 말이죠?
이미 네 개의 김치통에 반죽이
가득 찼습니다. 저는
아기고양이의 목덜미를 잡고
힘껏 들어 올립니다.
양발을 허공에 펼친
녀석이 바둥거리며 말합니다.
“뭐 하는 짓이에요! 이거 놔요!”
“인간과 함께 살면서 주인 노릇에
너무 익숙해졌군요. 여기는
내 식당이고, 규칙은 내가
정합니다. 김치통은
최대 세 개까지.
나머지 한 통은 반납하세요.”
“너무해요, 대장!”
“두 통.”
“그동안 같이 일한 정이 있는데!”
“한 통.”
“알겠어요! 세 통 세 통!”
시무룩해진 녀석을 바닥에
내려놓자 인간이 후다닥
달려와 녀석을 살핍니다.
너무 오냐오냐 기르면
버릇없는 고양이로
자랄 텐데 말이죠.
마음이 바뀔 새라 얼른 김치통
하나를 반납하고
멀찍이 자리 잡는 둘을 보며
짧은 한숨을 내쉽니다.
뭐 어쨌든 인간의 얼굴이 밝아
보이는 건 다행이군요.
둘 사이에 슬픔이 끼어들 자리는
없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