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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 SunO

서리 내린 귀밑은 소복 입은 청상 같고 몇 장 남은 달력은 정인 보낸 여인 같다 그래도 살아있음이 행운이요 축복이지 내 삶에 소중한 날 언제일까 생각하니 살아갈 가장 적은 나이는 지금이고 내일도 맞을 오늘이 나에겐 청춘이리 수시로 피어나는 자책과 회한일랑 세월의 뒤안길에 고이고이 묻어두고 새해엔 알찬 결실이 온 누리에 가득하길

동백꽃 떨어지면 SunO

달콤한 봄바람이 귓속을 간질이니 겨울에 맺은 사랑 분분히 지고 있다 그래도 가슴 한 곳 미련이 남았는지 가지에 내려앉아 시름시름 앓고 있네 강렬한 첫 키스의 추억을 잊지 못해 바람이 재촉해도 발걸음 떼지 못해 동백꽃 떨어지면 내 사랑도 떠나가네 내 가슴 울렸던 천상의 꽃향기는 지나고 돌아보니 한바탕 꿈이었네 겨울에 다시 만날 그날을 기약하며 뒷모습 바라보며...

사랑이 찾아올 거야 SunO

외로움은 텅 빈 인생의 그림자 헤어나려 애쓰면 애쓸수록 더욱 깊이 빠져드는 늪이야 차라리 그만 체념하고 내버려둬 그래도 허전함 가시지 않는다면 스스로 위로하며 마음을 달래 가슴에 그리움 가득 채워질 때 다가올 사랑이 더욱 뜨거울 거야 사는 건 버겁고 고독한 길이야 목적지나 일정도 정하지 말고 훌쩍 아무 곳이나 여행을 떠나 마음이 깃털처럼 가벼워질 거야 술보...

사랑이었나 봐 SunO

봄비 내린 언덕 풋풋한 새싹처럼 만나 바라보는 눈빛만으로 우린 행복했었지 잠시라도 떨어지면 보고 싶고 허전하고 자석처럼 이끌렸던 둘, 사랑이었나 봐 너는 내게 모란이었고 여름 바닷가였고 은행나무 단풍이었고 첫눈만 같았는데 이제는 어느 하늘 아래 숨 쉬고 있나 가슴 아린 내 사랑을 위해 장미를 산다

낙화 SunO

너의 미소는 봄날의 꽃잎 같았어 햇살에 빛나던 따스한 미소 우리 사랑을 닮은 그 붉은 꽃이 이제는 바람에 떨어지고 있어 너의 눈물은 비가 되어 내리고 너와 나의 사랑도 사라져 가네 날리는 꽃잎이 여전히 아름답듯 이별도 변함없이 아름답기를 꽃잎이 떨어지는 그 모습을 보며 우리가 사랑했던 순간을 떠올리네 아픔은 놓아주고 그리움만 지닌 채, 이제는 서로를 보내야...

이별 SunO

저녁해 저물어 땅거미 내려앉고 그대 남긴 발자국에 이슬이 내리네 이대로 영원히 화석이 된다 해도 그대의 눈길 한 번 손길 한 번에 가슴 저린 날의 추억 잊을 수 있을까 처음이자 마지막 맘 주었던 사람아 내 영혼 다 바쳐 사랑하고 사랑했건만 단 하나의 이유로 눈시울 붉어지고 마음의 문 닫아걸고 먼 길 떠나보내도 두고 온 기억들이 자꾸만 말을 거네 만남도 떠남...

한 송이 백합 SunO

들판에 홀로 핀 한 송이 백합 희고 순결한 네 모습에 반해 노랑나비 되어 날아가 앉았네 향기는 후각을 마비시키고 자태는 마음을 앗아갔으며 꿀은 날 붙들고 놔주지 않네 더러는 비바람이 시샘했지만 그때마다 행여나 떨어질세라 서로를 보듬으며 다독여주었지 만나면 온갖 근심 봄눈 녹듯 사라지고 기쁘고 즐거운 마음 행복이 넘쳐나니 내 삶은 온통 너의 것이네 아아 너로...

진홍 입술 명자 SunO

돈 벌러 도시로 간 누이가 돌아왔나 도톰한 진홍 입술 수줍게 내민 얼굴 울타리 까치발 딛고 나에게 말 건네네 모처럼 푸른 옷에 연지 곤지 단장하고 내 마음 울적할 때 수런수런 말을 걸며 인생길 고비고비를 함께 타고 넘는다

그대 있어 더 달구나 SunO

유월 따가운 볕에 곱게 익은 오디 따서 그대 입에 넣어주고 나도 한 입 먹어보니 애초에 달큼한 맛이 그대 있어 더 달구나 잎부터 뿌리까지 버릴 게 하나 없지만 모처럼 오디 따며 소녀로 돌아간 그대 자줏빛 환한 웃음보다 더 귀한 건 없으리 이 열매 모아다가 항아리에 청 담그고 가을볕에 바라보면 배가 절로 부르겠지만 그대가 곁에 있으면 그 기쁨 배가 되리

카리스마 너 SunO

그냥 너는 평범하게 살지만 매력이 뿜뿜 풍겨져 나와 내 마음을 사로잡는 너 너는 날씬하고 예뻐 섹시 섹시 섹시해 너의 노래하는 모습 꾀꼬리처럼 아름다워 사랑할 때 너의 눈빛을 보면 저 하늘의 별빛처럼 반짝여 너의 카리스마 한 모습 넘 멋지고 아름다워 카리스마 카리스마 카리스마 너의 마법 같은 환상적인 매력에 난 빠져 버렸어 카리스마 한 너를 좋아해 사랑할 ...

늦은 고백이 은행나무 사랑 되었네 SunO

안개꽃 두른 장미와 백합을 안고 놓쳐버린 사랑 찾는 바보 같은 사람아 강산이 수없이 바뀌어도 바래지 않은 그 미련, 활화산 같은 그 마음 눈물은 차라리 사치이어라 분홍빛 꽃 마음에 진달래도 시샘하는 아! 늦은, 늦은 고백이어라 아~아 늦은 고백은 가슴 저미는 은행나무 사랑이 되어버렸네 먼 곳에서 눈길만으로 열매를 맺는 다가갈 수 없는 숙명의 사연 그칠 수 ...

삼강나루 SunO

물산이 모여들던 삼강나루 당도하니 손 묶인 돛배 하나 발소리 알아챈 듯 반가이 손 흔들면서 물길질 채비하고 긴 세월 장꾼 맞던 회화나무 노거수는 늦은 봄 잎새 몇 개 힘겹게 올린 뒤에 이제는 연륜에 겨워 꾸벅꾸벅 졸고 있다 사립짝 문을 열고 주막에 들어서니 황토방 말쑥한데 주모는 간 곳 없고 굴뚝에 연기 오른 지 오래인 듯하여라 아궁이 불 지펴서 봉놋방 데...

덕적도 SunO

배낭 메고 외딴 섬 덕적도를 찾아가니 민어 든 어부상이 우리를 맞이한다 수천 척 어선들 몰려 민어파시 열리던 곳 간척과 남획으로 민어는 간 곳 없고 꽃게잡이 어선 몇 척 오락가락하더니 생선회 너무 비싸서 사 먹기 어렵구나 큰 쑥개 작은 쑥개 친숙한 팻말 지나 까만 호박돌 깔린 자갈해변 들어서서 짙푸른 바다를 보니 세상 시름 달아난다 밀려오는 파도 보며 시상...

바다 고둥의 노래 SunO

내 어미가 누군지 나는 모른다 나를 낳아 바위에 붙여놓고 떠난 이래 나는 물때마다 짠물에 홍역을 치르며 스스로 홀로서기를 해야만 했다 그래도 내게는 믿는 구석이 있다 기암절벽이 뒤를 든든히 받쳐주고 푸른 해송이 굽어보며 위로해 준다 지천으로 널린 돌은 나의 집이다 나는 내 어미가 그랬던 것처럼 배고프면 굴과 해초를 먹고 어른이 되면 노란 알을 바위에 붙인다...

자유와 기회의 땅 SunO

산들은 지평선과 숨바꼭질 한창이고 곰들이 온천욕을 즐기는 야생 천국 스치는 얼굴만 봐도 지루한 줄 모른다 자유와 창의성이 강물처럼 흐르고 다수든 소수파든 최대 행복 누리는 곳 누구나 노력만 하면 성공하는 기회의 땅 빈부차는 크지만 부자를 미워 않고 거의 모든 문명이기 여기서 비롯되어 세계의 지도국으로 초일류를 고수한다 숲에서 딱따구리 나무를 쪼아대고 기화요...

느려서 행복한 땅, 라오스 SunO

한바탕 스콜 내려 불어난 메콩 강이 콧노래 부르며 4천 리를 적실 동안 더위에 지친 시간은 오수에 빠져있다 흰 구름 걸린 고봉 병풍처럼 감싼 농가 검둥개는 손이 와도 짖을 줄을 모르고 지렁이 입에 문 닭이 활개치며 내달린다 제발로 느릿느릿 집을 찾는 소 떼들 가진 것은 없어도 한가로운 사람들 운명에 순응해 사니 눈빛이 그저 맑다 돌아가면 인생을 차근차근 반...

정겨운 화개장터 SunO

오백 리를 돌아든 섬진강 푸른 물에 벚꽃 그림자가 그윽이 비칠 때면 상춘객 차량 행렬이 꼬리를 문다 재첩국 한 그릇이 정겨운 화개장터 질펀한 육자배기 사라진 장 마당엔 낯설은 각설이들이 목청을 뽑고 꽃비 날리는 길 하염없이 거닐다가 막걸리 한 사발 벚굴 구워 들이키니 소란한 세상만사가 등 뒤로 달아나네

무창포 SunO

신비의 길이 열린다는 무창포 떼를 지어 활강하는 바닷새를 쫓아 이곳을 찾은 풍객들 사진에 담기에 바쁘다 먼 먼 수평선 가물가물 가난을 싣고 사라지던 통통배에 싸해지는 싸해지는 그리움을 푼다 출렁이는 신음 사이로 황홀했던 순간들이 꺼지지 않는 불기둥으로 솟으면 사랑을 끌고 가던 노을은 몸을 풀며 붉은 피를 바다에 쏟았지 아! 무창포 신비의 길이 열린다는 무창...

얼음새꽃 앞에서 SunO

겨울의 끝자락에 황금빛 꽃망울이 알 속의 병아리들 부리로 껍질 쪼듯 톡톡톡 눈 이불 두드려 잠든 대지 깨우네 초대장 안 보내도 달려온 꿀벌 무리 뜨거운 열기로 눈 녹이며 핀 꽃 위를 바쁘게 윙윙거리며 봄 향기를 좇는다 품었던 청운의 꿈 안개처럼 사라지고 보신에 급급하며 아등바등 살아온 삶 찬바람 앞에 당당한 너를 보니 부끄럽다 목말라 이곳저곳 찾아 헤맨 꿈...

벚꽃길 따라 SunO

오백 리를 돌아든 섬진강 푸른 물에 벚꽃 그림자가 그윽이 비칠 때면 상춘객 차량 행렬이 꼬리를 문다 재첩국 한 그릇이 정겨운 화개장터 질펀한 육자배기 사라진 장 마당엔 낯설은 각설이들이 목청을 뽑고 꽃비 날리는 길 하염없이 거닐다가 막걸리 한 사발 벚굴 구워 들이키니 소란한 세상만사가 등 뒤로 달아나네

꽃비가 내리네 SunO

찔레꽃 피어나고 송홧가루 날릴 때면 가뭇없이 사라진 유년의 기억들이 한 통의 연서가 되어 소롯이 피어난다 지난봄 내 가슴을 울렸던 꽃향기도 지나고 돌아보니 한바탕 꿈인 것을 가는 봄 아쉬워하며 꽃비가 내리네 꽃은 피면서 지는 날을 예감했나 너도나도 때가 되면 시들고 이우느니 세월에 나이를 맞춰 뚜벅뚜벅 걸을밖에

자두맛 추억 SunO

한여름 멱 감으러 달려가던 길목에 나지막한 돌담 너머 늘어진 가지마다 보랏빛 탐스런 자두가 익어가고 있었지 텃밭의 옥수수나 감자가 영글기 전 덤불딸기 오디 같은 시답잖은 주전부리 헛헛한 악동들 입에 군침이 고였네 툇마루에 목침 베고 주인 영감 조는 틈에 서리해온 자두를 소 가운데 던져 넣고 칼헤엄 자맥질하며 건져 먹곤 했었지 입술이 파래지면 바위 위에 엎드...

이름 모를 꽃 SunO

바위틈에 홀로 핀 한 떨기 이름 모를 꽃 머나먼 인연의 강을 건너 내 앞에 섰네 뜨거운 햇볕과 비바람 모두 이겨낸 굳센 얼굴 그윽한 향기 품은 미소가 내 가슴을 울렸어 바람과 구름을 벗하며 한세상 한결같이 붉은 마음 너무도 초연한 네 모습에 내 눈길 뗄 수 없네

꽃무릇 연가 SunO

낭군을 기다리는 족두리 쓴 가을 각시 겨우내 잠 못 들고 가슴을 태우다가 오뉴월 따가운 볕에 기진하여 스러지네 뜨거운 그 정열이 꽃으로 환생했나 못다 한 사랑 찾아 천년을 피고 지며 영원을 꿈꾸는 자태 아리고 애달프다

한여름 SunO

맴맴맴 버드나무 숲에서 매미 울음 소나기 쏟아지면 호락질로 콩밭을 매다 약이 바짝 올라 호미로 밭고랑을 가마솥 누룽지 긁듯 박박 긁어대며 풀과 씨름하던 어머니, 손바닥만 한 밭떼기 일구며 사느라 속이 새까맣게 타버린 터에 한여름 옥수수처럼 여문 고생, 쪼글쪼글한 볼우물에 고인 한숨, 울고 싶어도 울 수 없어 암매미처럼 꾹 다문 입술. 땡볕을 온몸에 받으며 ...

백로 부부 SunO

석이산 수풀 속에 둥지 튼 새 한 무리 하얗고 청정한 옷 꼿꼿 선비 따로 없다 큰 나래 펼친 웅지는 세상을 다 덮을 듯 물가에 내려앉아 미동도 하지 않고 먹이를 노려보는 집념이 무섭구나 하기야 백의 선비도 먹어야 사는 거지 운 없는 고기 하나 통째로 삼킨 후에 둥지로 돌아와서 새끼 입에 토해내며 암수가 번갈아 가며 육추에 여념 없네 둥지도 같이 짓고 교대로...

자연 오중주 SunO

가뭄에 단비 내려 갈증을 없애주고 뜨거운 햇볕 쪼여 오곡을 살찌우니 인간사 길흉화복이 네 손에 달렸구나 얼쑤~하늘이로구나 하늘 하늘 짓밟고 더럽혀도 한 마디 불평 없고 뿌린 대로 거두니 시비 걸 일이 없네 만물을 품에 안고서 어미처럼 길러낸다 얼쑤~땅이로구나 땅 땅 언제나 몸 낮추니 다툴 일 전혀 없고 더러움 씻어주니 모두가 좋아하네 천지에 마땅한 덕이 너...

검불 SunO

오색단풍 지고서 나뒹구는 검불 모아 모닥불 지펴보니 뜨겁게 활활 탄다 검불도 불을 붙이면 뜨거울 수 있구나 연둣빛 고사리손 엊그제만 같은데 어느새 바싹 말라 비틀어진 몸뚱어리 속세에 찌꺼기 한 올 남기기 싫었던가 타고 남은 재 위로 내려앉는 된서리 잊혀진 한 점 추억이 되었지만 봄 되면 어느 나무에 새싹으로 피어나리

벽골제 SunO

황금빛 일렁이는 김제 벌로 달려가면 이곳을 곡창으로 만들어준 벽골제가 옛 영화 곱씹으면서 다리 뻗고 졸고 있다 광활한 저수지 물 간데없이 사라지고 잘려나간 제방 일부 장생거 수문 하나 갈대숲 머리에 이고 수더분히 누웠는데 그 누가 제방 아래 만들어 세웠는지 대나무 엮어 만든 사나운 백룡 청룡 덩치가 태산만 해서 입이 떡 벌어진다 옛적에 벽골제를 지키려던 백...

아! 이승만 SunO

개화 여명기에 어린 선각 있었으니 이 땅의 부조리를 온몸으로 받아내며 간 크게 입헌군주제 소리 높여 외치다가 대역죄 낙인찍혀 사형을 선고받고 스물넷 꽃띠 나이 영어의 몸 되었어도 책 쓰고 기도하면서 앞길을 예비했네 태평양 바다 건너 신학문 섭렵하고 겨레 위해 일하다가 온갖 모해 난무하니 참으로 애국의 길은 멀고도 험하구나 모진 세월 풍파 끝에 이 나라 국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