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
그 때여 심황후는 맹인잔치를 열어놓고, 부친을 아무리 기대려도 들어오시지 아니허니 슬피탄식 우시는디,
[진양조]
“이 잔치를 배설키는 부친상봉 허잤더니, 어이 이리 못오신고? 내가 정녕 죽은 줄 알으시고, 애통타가 이 세상을 떠나셨나? 부처님의 영험으로 완연히 눈을 떠 맹인축에 빠지셨나? 오늘 잔치 망종인디, 어이 이리 못오신고?”
[아니리]
이렇듯 슬피 탄식 허시다가, 예부상서를 또 다시 불러 하교허시되, “오날도 봉사 거주 성명을 낱낱이 기록허여 차차 호송허되, 만일 심맹인이 계시거든 별궁안으로 모셔오너라. 예부상서 분부듣고, 봉사 점고를 허는디, 수천명 봉사앞을 차차차차 불러나가다가, 제일 말석에 앉은 봉사 앞으로 당도허여, “여보시오. 당신 거주 성명이 무엇이요?”“거주고, 성명이고! 나는 심학규요.”“옳다, 심맹인 여기 계시다!” 허더니 “어서 나를 따라 별궁으로 들어갑시다.”“아니, 왜 이러시오?”“위에서 상을 내리실지, 벌을 내리실지 모르나, 심맹인이 계시거든 별궁 안으로 모셔오라 허였으니 어서 나를 따라 들어갑시다.”“휴, 내가 이럴 줄 알았제, 놈 용케, 잘 죽으러왔다.”
[창조]
“내가 딸 팔어 먹은 죄가 있는디, 이 잔치를 배설키는 천하 맹인 만좌 중에, 나를 잡어 죽이려고, 배설한 것이로구나.”
[아니리]
“에라, 죽으면 한번 죽지, 두 번 죽것냐? 내 지팽이 잡으시오. 들어갑시다.” 심맹인을 모시고 별궁안으로 들어가 “심맹인 대령하였소!” 심황후 부친을 살펴볼 제, 백수풍신 늙은 형용 슬픈 근심 가득한게, 부친 얼굴이 은은허나, 또한 산호주렴이 앞을 가려, 자세히 보이지 아니 허니, “그 봉사 거주를 묻고 처자가 있나 물어보아라.”
심봉사 처자 말을 듣더니마는, 먼 눈에서 눈물이 뚝 뚝 뚝 뚝 떨어지며,
[중모리]
“예, 소맹이 아뢰리다. 예, 아뢰리다. 예, 소맹이 아뢰리다. 소맹이 사옵기는 황주 도화동이 고토옵고, 성명은 심학규요, 을축년 정월 달에 산후경으로 상처허고, 어미 잃은 딸자식을 강보으다 싸서 안고, 이 집 저 집을 다니면서 동냥 젖을 얻어멕여 겨우겨우 길러내여, 십오 세가 되었는디, 효행이 출천하야 애비눈을 띄운다고, 남경장사 선인들께 삼백 석에 몸이 팔려, 인당수 제수로 죽으러 간지 삼년이요. 눈도 뜨지 못 하옵고, 자식만 팔아 먹은 놈을 살려두어 쓸데 있소? 비수검 드는 칼로, 당장에 목숨을 끊어주오.”
[자진모리]
심황후 이 말 듣고 산호주렴을 걷어 버리고 보선발로 우루루-. 부친의 목을 안고,“아이고, 아버지!” 심봉사 깜짝 놀래,“아버지라니? 뉘가 날더러 아버지여? 에이? 누가 날더러 아버지여? 나는 아들도 없고, 딸도 없소! 무남독녀 외딸 하나, 물에 빠져 죽은지가, 우금 삼년인데, 누가 날더러 아버지여?”“아이고, 아버지! 여태 눈을 못 뜨셨소? 인당수 풍랑중에 빠져죽던 청이가 살어서 여기왔소. 어서 어서 눈을 떠서 저를 급히 보옵소서.” 심봉사가 이 말을 듣더니 어쩔 줄을 모르는구나. “아니, 청이라니, 청이라니, 이것이 웬말이냐? 내가 지금 죽어 수궁을 들어왔느냐? 내가 지금 꿈을 꾸느냐? 죽고 없는 내 딸 청이, 여기가 어디라고 살어오다니 웬 말이냐? 내 딸이면 어디보자. 어디! 내 딸 좀 보자. 어디! 아이고, 내가 눈이 있어야 내 딸을 보제, 아이고, 답답허여라!” 두 눈을 끔적 끔적 끔적 끔적 허더니마는 눈을 번쩍 떴구나.
[아니리]
이것이 모두 부처님의 도술이것다. 심봉사 눈 뜬김에, 수천 명 봉사들도, 그 훈짐에 모두 눈을 따라서 뜨는디, 이런 가관이 없것다.
[자진모리]
만좌맹인이 눈을 뜬다. 전라도 순창 담양 새갈모 떼는 소리라. ‘쫙! 쫘악’허더니마는 모두 눈을 떠 버리는구나. 석 달 동안 큰 잔치에 먼저 나와 참여허고 내려간 맹인들도 저희 집에서 눈을 뜨고, 미쳐 당도 못한 맹인, 중로에서 눈을 뜨고, 가다 뜨고, 오다 뜨고, 서서 뜨고, 앉어 뜨고, 실없이 뜨고, 어이 없이 뜨고, 화내다 뜨고, 울다 뜨고, 웃다 뜨고, 떠 보느라고 뜨고, 시원히 뜨고, 앉아 노다 뜨고, 자다 깨다 뜨고, 졸다 번뜻 뜨고, 지어 비금주수까지 일시의 눈을 떠서 광명천지가 되었구나.
[창조]
그 때여 심황후는 맹인잔치를 열어놓고, 부친을 아무리 기대려도 들어오시지 아니허니 슬피탄식 우시는디,
[진양조]
“이 잔치를 배설키는 부친상봉 허잤더니, 어이 이리 못오신고? 내가 정녕 죽은 줄 알으시고, 애통타가 이 세상을 떠나셨나? 부처님의 영험으로 완연히 눈을 떠 맹인축에 빠지셨나? 오늘 잔치 망종인디, 어이 이리 못오신고?”
[아니리]
이렇듯 슬피 탄식 허시다가, 예부상서를 또 다시 불러 하교허시되, “오날도 봉사 거주 성명을 낱낱이 기록허여 차차 호송허되, 만일 심맹인이 계시거든 별궁안으로 모셔오너라. 예부상서 분부듣고, 봉사 점고를 허는디, 수천명 봉사앞을 차차차차 불러나가다가, 제일 말석에 앉은 봉사 앞으로 당도허여, “여보시오. 당신 거주 성명이 무엇이요?”“거주고, 성명이고! 나는 심학규요.”“옳다, 심맹인 여기 계시다!” 허더니 “어서 나를 따라 별궁으로 들어갑시다.”“아니, 왜 이러시오?”“위에서 상을 내리실지, 벌을 내리실지 모르나, 심맹인이 계시거든 별궁 안으로 모셔오라 허였으니 어서 나를 따라 들어갑시다.”“휴, 내가 이럴 줄 알았제, 놈 용케, 잘 죽으러왔다.”
[창조]
“내가 딸 팔어 먹은 죄가 있는디, 이 잔치를 배설키는 천하 맹인 만좌 중에, 나를 잡어 죽이려고, 배설한 것이로구나.”
[아니리]
“에라, 죽으면 한번 죽지, 두 번 죽것냐? 내 지팽이 잡으시오. 들어갑시다.” 심맹인을 모시고 별궁안으로 들어가 “심맹인 대령하였소!” 심황후 부친을 살펴볼 제, 백수풍신 늙은 형용 슬픈 근심 가득한게, 부친 얼굴이 은은허나, 또한 산호주렴이 앞을 가려, 자세히 보이지 아니 허니, “그 봉사 거주를 묻고 처자가 있나 물어보아라.”
심봉사 처자 말을 듣더니마는, 먼 눈에서 눈물이 뚝 뚝 뚝 뚝 떨어지며,
[중모리]
“예, 소맹이 아뢰리다. 예, 아뢰리다. 예, 소맹이 아뢰리다. 소맹이 사옵기는 황주 도화동이 고토옵고, 성명은 심학규요, 을축년 정월 달에 산후경으로 상처허고, 어미 잃은 딸자식을 강보으다 싸서 안고, 이 집 저 집을 다니면서 동냥 젖을 얻어멕여 겨우겨우 길러내여, 십오 세가 되었는디, 효행이 출천하야 애비눈을 띄운다고, 남경장사 선인들께 삼백 석에 몸이 팔려, 인당수 제수로 죽으러 간지 삼년이요. 눈도 뜨지 못 하옵고, 자식만 팔아 먹은 놈을 살려두어 쓸데 있소? 비수검 드는 칼로, 당장에 목숨을 끊어주오.”
[자진모리]
심황후 이 말 듣고 산호주렴을 걷어 버리고 보선발로 우루루-. 부친의 목을 안고,“아이고, 아버지!” 심봉사 깜짝 놀래,“아버지라니? 뉘가 날더러 아버지여? 에이? 누가 날더러 아버지여? 나는 아들도 없고, 딸도 없소! 무남독녀 외딸 하나, 물에 빠져 죽은지가, 우금 삼년인데, 누가 날더러 아버지여?”“아이고, 아버지! 여태 눈을 못 뜨셨소? 인당수 풍랑중에 빠져죽던 청이가 살어서 여기왔소. 어서 어서 눈을 떠서 저를 급히 보옵소서.” 심봉사가 이 말을 듣더니 어쩔 줄을 모르는구나. “아니, 청이라니, 청이라니, 이것이 웬말이냐? 내가 지금 죽어 수궁을 들어왔느냐? 내가 지금 꿈을 꾸느냐? 죽고 없는 내 딸 청이, 여기가 어디라고 살어오다니 웬 말이냐? 내 딸이면 어디보자. 어디! 내 딸 좀 보자. 어디! 아이고, 내가 눈이 있어야 내 딸을 보제, 아이고, 답답허여라!” 두 눈을 끔적 끔적 끔적 끔적 허더니마는 눈을 번쩍 떴구나.
[아니리]
이것이 모두 부처님의 도술이것다. 심봉사 눈 뜬김에, 수천 명 봉사들도, 그 훈짐에 모두 눈을 따라서 뜨는디, 이런 가관이 없것다.
[자진모리]
만좌맹인이 눈을 뜬다. 전라도 순창 담양 새갈모 떼는 소리라. ‘쫙! 쫘악’허더니마는 모두 눈을 떠 버리는구나. 석 달 동안 큰 잔치에 먼저 나와 참여허고 내려간 맹인들도 저희 집에서 눈을 뜨고, 미쳐 당도 못한 맹인, 중로에서 눈을 뜨고, 가다 뜨고, 오다 뜨고, 서서 뜨고, 앉어 뜨고, 실없이 뜨고, 어이 없이 뜨고, 화내다 뜨고, 울다 뜨고, 웃다 뜨고, 떠 보느라고 뜨고, 시원히 뜨고, 앉아 노다 뜨고, 자다 깨다 뜨고, 졸다 번뜻 뜨고, 지어 비금주수까지 일시의 눈을 떠서 광명천지가 되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