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와 자라

임방울

원반제공: 이상혁
(중머리) 게- 뉘가 날 찾나. 게- 뉘가 날 찾나. 기산영수 소부 허유 피서 가자고 날 찾나. 수양산 백이 숙제 채미 하자고 날 찾나. 백화심처 일순주라. 춘풍석규 화림중으. 성진 화상이 날 찾나. 완월 장취 강남 태백이 기경 승천하면서, 함께 가지고 날 찾나. 도아 류수 범주하던 거주 속객이 날 찾나. 청산 두견 백로파로 여동빈이 날 찾나. 차산 중, 운심처, 부지 오실 손님이 거- 뉘귀(누구)가 날 찾나. 건너 산 과부토끼가 서방을 삼자고 날 찾나. 요리로 깡창. 저리로 깡창. 깡창. 깡창. 나려오다.
(아니리) 별주부하고 탁 듸리바다 논 것이, 이이고 이마백이야
어이고 코야하고 초면에 나려오다 왜이리 독하게 드리받아- 노우! 자- 우리 통성명이나 좀 하야 봅시다 게는 뉘라하시우. 내- 저는 천상에의 음양순 사시하야 화토를 분별하든 예부상서 월토러니, 독야 주대 취하야 장생약 그릇짓고 직히 줄신하야 머무른지 오렐러니, 세상에서 부르기를 명색이 토생원이라 하오. 자라도 명을 반겨듣고 오날(늘)날 상봉하니 하상견지 만만무고 불즉이오, 아- 토끼가 들으니 조고만하게 생긴 자가 문자를 쓰는데 이런 가관이 있단 말이야. 내 만일에 문자 한마디라도 저놈 듣는데 단문하게 썼다가는, 나하나로 세상 문장들이 망신을 당할 터이니, 내 전후에 배운 문자통을 저놈 앞에 한번 베풀어 볼 밖에 없군. 자- 문자통으러 나가니 착실이 들어보오-. 법은 홍안이요 홍안 백발이요 홍불감장이요, 아가 사창이요 단기 삼년이요 이불가 독신이요 진불가감이요 탄탄대로요 오동육서 좌포우혜 홍동백서 분향재배요 오류천두루?퓽?일삼오대감이오 명기유 적은 전라감영이 이안니란 말야. 이놈의 문자를 업허썼다 뒤집어 썼다 이런 야단이 없어. 자라듣고 함소왈 대체 토선생 높은 위명 안지 오렐너니 금일에 화답하니 어둔귀가 환칠하오 놀랍소 놀라와, 풍신도 좋커나와 소년 대자은 꼭 하겠소 잘낫다 잘낫다 추어논바 토끼듣고 하는 말이 별주부는 무엇하러 나왔나. 세상구경 좋다기로 완경치로 왔나이다 세상구경이나 좀 식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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