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양)
두 손 합장 무릎을 꿇고 비나이다 비나이다 형님전에 비나이다. 그저께 하루를 굶은 처자가 어제 점도록 그저있고 어저께 하루를 문드러미 굶은 처자가 오늘 아침을 그저 있사오니 인명이 재천이라 설마헌들 죽리까마는 여러끼니를 굶사오면 할 일 없이 죽게되니 형님 덕택에 살거지이다. 벼가되거던 한섬만 주시고 쌀이 되거던 닷말만 주시고 돈이 되거든 석냥만 주시면 죽게된 자식을 사리겠오.
과연 내가 원통하오 분하여서 못살겠오. 천석군 형님을 두고서 굶어 죽기가 원통합니다.
(아니리)
이렇게 과거를 깍깍 대놓니 뗄 수가 없지.
“오오. 이제보니 네가 바로 그 흥보냐. 심심하던차에 잘 왔다 얘 마당쇠야. 대문 걸고 아래 행랑 처마끝에 지리산에서 거 목쳐내온 박달몽둥이 있느니라 이리 가져오너라. 이런 놈은 복날 개 잡듯 해야 하느니라.”
(자진모리)
놀보놈의 거동 봐라. 지리산 몽둥이를 눈 위에 번듯 들고 네 이놈 흥보놈아 잘살기 내 복이요 못 살기도 니 팔자. 굶고 먹고 내 모른다. 볏섬 주자헌들 마당에 뒤중안에 다물다물 들었으니 너 주자고 뒤주 헐며, 전간 주자헌들 천록방 금궤안에 가득가득 환을지어 떼돈이 들었으니 너 주자고 궤돈 헐며, 찌깅이 주자헌들 구진방 우리안에 떼 돼야지가 들었으니 너 주자고 돝 굶기며, 싸래기 주자헌들 황계백계 수백마리가 턱턱하고 꼭꾜 우니 너 주자고 닭 굶기랴. 몽둥이를 들어매고 네 이놈 강도놈. 좁은 골 벼락치듯 강짜 싸움에 기집 치듯 담에 걸친 구렁이 치듯 후다닥. 아이구 형님 박 터졌오. 이놈. 후닥닥. 아이구 다리 부러졌오. 몽둥이를 피하는라고 올라갔다가 내려왔다가 대문으 걸어놓니 날도 뛰고 못하고 그저 퍽퍽 맞는데 안으로 쫓겨 들어가며 아이구 형수씨 사람 좀 살려주오. 아이구 형수씨 사람좀 살려주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