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리) 흥보도 절구대 춤을 추며 .
“참말로 열녀다 열녀여!!”
흥보 마누라가.
“여보 영감. 그래도 죽으나 사나 형제간 밖에 없으니 건너 마을 시숙님 댁에나 건너가서 다소간 전곡간이나 주시면 어서 좀 받아 오시오.”
“이 사람아 만일 건너갔다가 보리만 주면 어떻하나?”
“보리라도 많이만 주면 얼마나 좋것소? 흉년에 늘려 먹기는 보리가 훨씬 좋아요.”
“아 이사람아 . 먹는 보리가 아니라 몽둥이 보리 말이여.”
흥보가 들어 가는디
자진모리)
흥보가 건너간다.
흥보가 건너간다.
흥보 치레를 볼짝시면
철대 떨어진 헌 파립
버릿줄 총총 매어
조세 갓 끈을 달아 써
떨어진 헌 망건
밥풀관자 종이당줄
뒷통나게 졸라매고
떨어진 헌 도포 실띠로 총총 매어
고푼 배 눌러띠고
한 손에다가
곱돌 조대를 들고
또 한 손에다가는
떨어진 부채들고
서리 아침 찬 바람에
옆 걸음 쳐 손을 불며
가만 가만 건너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