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뒷모습만 보며 걸었다 (언제나)
어디로 가는 길인지 묻지는 않았다 (한번도)
아주 잠시 눈 감았던 그 순간
걸음은 바람을 따라 흔들렸다
이렇게 이렇게
흑백사진처럼 멈춰버린 아스팔트 (그 옆엔)
아름다운 독을 품은 꽃들이 (있었고)
그 사이로 펼쳐진 오솔길은
나의 걸음을 가볍게 만들었지
이렇게 이렇게
한 순간 꽃들도 날카로운 그 잎을 벌리고
아찔한 적막에 바람도 내게 등을 돌리고
남겨진 내 발걸음은 어디로 갈지 몰라
헤메고 또 헤맸지만 계속 갈 수 밖엔 없었어
헐어버린 발등 위로 박힌 가시들 (깊숙히)
굳이 뽑아내지 않아도 걸을 수 있었어 (천천히)
바람이 다시 날 찾아 불어오면
그땐 날아 오를 수 있을 지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