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柳春夢 (1막2장) 화류춘몽

송가인
등록자 : 조은님


달빛아래 오동잎 모두 지고
서리 맞은 들국화 노랗게 피었구나
누각은 높아 하늘에 닿고
오가는 술잔은 취해고 끝 없네

흐르는 물은 거문고처럼 차고
매화는 피리에 서려 향기롭도다
내일 아침 님 보내고 나면
무치는 정 푸른 물결처럼 끝이 없으리

꽃다운 이팔 소년 울려도 보았으며
철 없는 첫사랑에 울기도 했더란다

연지와 분을 발라 다듬는 얼굴 위에
청춘이 바스러진 낙화 신세

마음마저 기생이란 이름이 원수다

연지와 분을 발라 다듬는 얼굴 위에
마음마저 기생이란 이름이 원수로구나

점잖은 사람한테 귀염도 받았으며
나 젊은 사람한테 사랑도 했더란다

밤 늦은 인력거에 취하는 몸을 실어
손수건 적신 적이 몇 번인고

이름조차 기생이면 마음도 그러냐

빛나는 금강석을 탐내도 보았으며
겁나는 세력 앞에 아양도 부렸단다

호강도 시들하고 사랑도 시들해진
한 떨기 짓밟히운 낙화 신세

마음마저 썩는 것이 기생의 도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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