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광색의 조명 금이 가버린 타일
물 떼긴 세면대 앞에 멍한 차림의 나
뻑뻑한 피부에 닿은 차가운 물
클렌징 폼 별생각 없이 듬뿍 올린 손
회색 구정 물이 고여 숙인 얼굴이
내겐 비치지도 않지
녹슨 창문은 나의 손-바닥보다 더 작지
조각난 파란 하늘엔 굳어버린 구름 장식
어제 얘기하지 못한 것들,
강남역 삼통 치킨 3호점에서 친구들을 만나
금 간 유리잔에 대충 때려 넣은 맥주 한 잔
난 대화에 맞지 않는 상상
도중 넌, 넌, 요즘
뭐 하면서 지내?
굳이 세상은 내게 질문들이 많지
던져 대는 물음표 날카로운
갈고리 날이 들어
어깨살을 콱 찢을 것만 같이
너의 표정 내 대답을 들은 너의 표정
TV엔 초특가로 나온 상품 광고
옆자리 두 여자의 가방 속
립스틱에 눈 돌려난 지금
이 취한 테이블 밖을 보면서 수를 짰어
이 역겨운 자리를 피해 가서 숨을 방법
난 눈을 감고 떠올려 공책의 죽은 낙서
온갖 부정적인 말들을 보니 기분은 나았어
다시 돌아와
쌍문동 자취 방의 화장실
아득한, 노크 소리 방금 잠이 깬 친구의
반가운 인사를 받은 다음
차린 정신에 바닥 타일은 반쯤 찬 바둑판
나앉은 자리가 최악의 수인 듯이
들리지는 않게 한숨만 여름 모기를 죽일 듯이
끝이 없길 바라는 도시 서울
날 가르치려 할 땐
필요해 주광색 금이 간 타일
한가운데에 하숫구멍 끝까지 볼 수 있는 투시
여기 문고리의 중심
돌아가면 문턱 너머 빛나는 백색 불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