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날에 깊은 산속 외딴 집에 사이좋은 오누이가 살았어요. 하루는 어머니 아버지가 건넌 마을 친척집에 잔치에 가게 되었어요.
“엄마, 나도 따라 갈래요.”
“우리도 같이 갈래요”
“안 돼. 너무 멀어서 힘들단다. 엄마가 맛난 떡이랑 고기를 얻어올 테니 너희들은 집에 있거라.“
엄마는 화롯불에 감자를 넣어주며 감자가 다 구워지면 맛있게 먹고 있으라고 했어요. 어머니 아버지가 가시자, 오누이는 방문을 꼭꼭 걸어 잠갔어요. 화롯불에서는 포슬포슬 감자가 익으며 구수한 냄새가 방 안에 가득했지요.
“와 맛있는 냄새~”
“다 익은 것 같은데, 먹어보자.”
오라비는 누이에게 따끈따끈 잘 익은 감자를 꺼내주었어요.
“자~ 뜨거우니까 후후 불어서 먹어봐.”
“후~후~ 아 맛있어! 냠냠.”
오누이는 구운 감자를 맛있게 먹었어요. 바로 그때, 산에서 호랑이 한 마리가
내려와 어슬렁어슬렁 다니다가 감자 굽는 구수한 냄새를 맡았어요.
“킁킁! 히야, 맛있는 냄새! 어디서 나는 냄새야?”
며칠동안 변변히 먹은 것이 없어 배를 주린 호랑이는 오누이네 집 안으로 들어갔어요. 문틈으로 방 안을 빼꼼 들여다보니, 아이들이 감자를 구워먹고 있네요?!
‘마침 배고픈데 잘 됐다. 구운 감자도 먹고, 아이들도 잡아먹어야겠군.“
호랑이는 입맛을 쩝쩝 다시며 문고리를 잡아당겼어요. 그런데, 문고리는 잘 안 잡히고 문만 덜컹덜컹 소리를 냈지요. 덜컹거리는 소리에 깜짝 놀란 오누이는 문틈으로 밖을 내다보았어요. 그랬더니, 집채만한 호랑이가 커다란 앞발로 문고리를 잡으려고 애를 쓰며 안으로 들어오려고 하는 것이 아니겠어요?
누이는 겁에 질려서 얼굴이 하애졌어요.
“호, 호, 호랑이야! 오빠 어쩌면 좋아?”
오라비는 잠시 생각하더니, 얼른 반짇고리에서 바늘을 한 움큼 꺼내 가지고 와서 문고리옆 창호지에다 바늘을 콕콕 찔러놓았어요. 호랑이가 문을 열려고 앞발로 문고리를 잡으려다 바늘이 발바닥에 쿡 박혔어요.
“아이쿠, 따가워!”
약이 바짝 오른 호랑이는 문으로는 못 들어가겠으니 이제 다른 곳을 찾았어요. 두리번두리번 살펴보니 아궁이가 보이는 것이었어요.
“좋아, 아궁이 속으로 들어가서 구들장을 뚫으면 방 안으로 들어갈 수 있겠구나. 너희들 가만히 안 둘테다. 어흥!”
호랑이는 아궁이에 머리를 들이밀었어요. 슬금슬금 아궁이 안으로 기어들어갔지요. 그리고 이제 구들장을 뚫으려고 방바닥 밑을 긁어대기 시작했어요.
“오빠, 방바닥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
“이게 무슨 소리일까?”
오누이는 궁금해서 방문을 살짝 열어보았어요. 그런데 이게 웬일이에요?
아궁이 밖으로 호랑이 엉덩이가 실룩실룩하는 거에요. 길다란 호랑이 꼬리만 달랑달랑 보였어요. 오라비는 얼른 젖은 볏단에 불을 붙여서 굴뚝에다 쿡쿡 쑤셔넣었어요. 그리고는 굴뚝을 꽉 막아놓았어요. 젖은 볏단에 불이 붙었으니 매캐한 연기가 진동을 했어요. 아궁이 속에 몸이 꽉 끼어있던 호랑이는 매운 연기 때문에 견딜 수가 없었어요. 호랑이 눈에서는 눈물이 줄줄, 코에서는 콧물이 줄줄! 났지요.
“아이고 숨막혀. 호,호,호,호랑이 살려!”
가까스로 아궁이를 빠져나온 호랑이는 화가 잔뜩 났어요.
“이 녀석들! 가만두지 않겠어! 너희들은 오늘 내 저녁밥이 되어주어야겠어. 어흥!”
호랑이는 이번에는 지붕으로 올라갔어요. 지붕을 뚫고 내려가려는 속셈이었어요. 호랑이가 있는 힘껏 지붕을 쿵~하고 내려치니 지붕에 커다란 구멍이 생기지 뭐에요? 그러더니 호랑이 다리가 하나 쑥 내려왔어요.
“에구머니나! 오빠 호랑이 다리 좀 봐. 무서워!”
“호랑이가 내려오려고 하네! 어떡하지?”
오누이는 어떻게 할 도리가 없었어요. 그래서 서로 꼭 부둥켜안고 발만 동동 굴렀지요. 그 때, 화롯불에 새카맣게 구워진 감자가 눈에 띄었어요.
오라비는 화롯불을 옮겨와 호랑이 발 닿는 곳에 놓았어요.
호랑이는 한쪽 발을 디디려고 밑으로 내리다가, 뜨거운 감자를 얹은 화롯불을 콱 밟게 되었지요.
“앗, 뜨거워!”
호랑이는 너무 뜨거워서 재빨리 발을 들어올렸어요. 조금 있다가 또 발을 내리니까 아직도 뜨거운 거에요. 또 놀라서 발을 냉큼 들어올렸어요. 조금 있다가 또 발을 내리니까 새카만 감자는 아직도 뜨겁기가 말도 못해요. 놀라서 또 발을 들어올렸어요. 호랑이 발이 내려왔다 올라갔다, 내려왔다 올라갔다 했어요. 마치 절굿공이로 방아를 찧는 것 같았지요.
쿵덕쿵덕 쿵덕쿵! 방아를 찧네 쿵덕쿵
쿵덕쿵덕 쿵덕쿵! 호랑이 방아 쿵덕쿵
오누이는 무서운 것도 잊어버리고 재미있어서 깔깔 웃어댔어요.
“하하하, 호랑이가 방아를 찧는 것 같아!”
“하하! 맞아, 맞아.”
쿵덕쿵덕 쿵덕쿵! 방아를 찧네 쿵덕쿵
쿵덕쿵덕 쿵덕쿵! 호랑이 방아 쿵덕쿵
오빠는 좁쌀을 한 바가지 퍼왔어요. 이 좁쌀을 화롯불에 뜨겁게 달구어서 호랑이 발밑에 갖다 놓았지요. 그랬더니 이번에는 좁쌀이 뜨거워서 호랑이 발을 내렸다, 올렸다. 내렸다, 올렸다 했어요.
쿵덕쿵덕 쿵덕쿵! 좁쌀을 찧네 쿵덕쿵
쿵덕쿵덕 쿵덕쿵! 호랑이 방아 쿵덕쿵
호랑이는 해가 질 때까지 계속해서 좁쌀을 찧었어요. 저녁때가 되어 아버지, 어머니가 돌아와보니, 지붕 위에 호랑이 한 마리가 축 늘어져 있는 게 아니겠어요? 눈이 휘둥그레져서 아이들에게 물었어요.
“얘들아, 지붕 위에 있는 호랑이가 어떻게 된거냐?”
“너희들이 언제 이 좁쌀을 다 찧어 놓았니?”
“하하하, 호랑이가 방아를 찧어주었어요.”
“맞아요. 방아찧는 호랑이에요.”
“하하하하!”
호랑이는 하루 종일 방아를 찧다가 힘이 다 빠진 것이었어요.
그래 좁쌀도 빻고, 호랑이도 잡은 운수대통한 날이었지요. 그 후로도 오누이는 심심할 때면 감자를 구워 먹으며 방아찧는 호랑이 이야기를 하며 깔깔 웃었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