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어느 나라에 용감하고 멋진 왕자가 살고 있었어요.
왕자는 진짜 공주를 찾아 궁궐을 나섰어요. 온 세상을 돌아다니며 진짜 공주를 찾아보았지요. 이웃 나라의 공주는 보석과 화려한 드레스에만 정신이 팔려 책 읽는 것을 아주 싫어했어요. 산 너머 나라의 공주는 화가 나면 소리를 지르며 무엇이든 집어던졌지요. 강 건너 나라의 공주는 남의 말은 듣지도 않고 늘 자기의 이야기만 늘어놓지 뭐에요? 왕자는 진짜 공주를 어디에서도 만날 수가 없었어요.
왕자의 어머니는 지혜로운 왕비였어요.
“우리 왕자에게 어울리는 좋은 신붓감을 잘 찾아야 할텐데…”
왕비는 곰곰히 생각을 했어요.
‘음, 어떻게 하면 진짜 공주를 찾을 수 있을까? 백성들을 세심하게 살필 수 있는 공주를 꼭 만나야 할텐데….’
생각에 잠겨 정원을 걷고 있던 왕비에게, 갑자기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요.
다음 날 아침, 왕비는 신하들을 불러 명령했어요.
“이제부터 온 세상의 공주를 모두 초대할 것이다. 어서 가서 완두콩 백 개를 찾아오너라.”
왕비는 이웃나라 공주들을 모두 궁전으로 초대했어요.
세상의 공주란 공주는 모두 모였지요. 왕비는 큰 잔치를 베풀고 공주들을 환영했어요. 이 공주들 가운데 진짜 공주를 찾을 수 있을까요?
“우리나라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자, 따뜻한 잠자리가 준비되어 있으니 편히 쉬고 내일 아침에 만납시다.
그런데 공주들의 침대에는 비밀이 하나 있답니다. 침대 바닥에 땡글땡글한 완두콩 한 알을 놓고 그 위에 두툼한 솜이불 스무 장을 깔은 것이지요. 밤이 깊어지자, 공주들은 모두 잠자리에 들었어요.
다음날 아침, 날이 밝자마자 왕비는 공주들에게 물었어요.
“어때요? 어젯밤에는 잘 잤나요? 불편한 데는 없었나요?”
“네, 아주 잘 잤어요. “
“덕분에 잘 잤어요. 아주 편안했어요.”
“저도요”
왕비는 공주들의 대답을 들을 때마다 크게 실망했어요.
‘진짜 공주가 아니군!’
진짜 공주라면 맨 아래에 깔린 완두콩 때문에 잠을 잘 못 잤을테니까요.
며칠 뒤, 번쩍번쩍 우르르 쾅쾅! 천둥번개가 치며 비가 쏟아졌어요.
하늘이 뚫린것처럼 많은 비가 내렸지요. 바로 그때 궁전의 문을 누군가가 두드렸어요.
쿵, 쿵, 쿵!
문 밖에는 비에 쫄딱 젖은 한 아가씨가 서 있었어요.
“지나가던 공주인데, 길을 잃었어요. 하룻밤 묵어갈 수 있을까요?”
왕비는 그 아가씨를 궁전으로 들어오게 해서 맛있는 음식과 따뜻한 물을 주었어요.
땡글땡글한 완두콩이 깔려 있는 푹신한 침대도 주었지요.
잠옷으로 갈아입은 아가씨는 왠지 모르게 우아하고 품위있어 보였어요.
다음날 아침이 되었어요.
“잠은 잘 잤나요?”
“네, 안녕히 주무셨어요?”
부드러운 미소를 짓는 공주를 보고 왕비는 속으로 생각했어요.
‘역시 이번에도 진짜 공주가 아니군.’
“그런데, 사실은 침대가 불편해서 잠을 잘 수가 없었어요. 침대에 뭔가 딱딱한 것이 있는지 자꾸 배기지 뭐에요! 온 몸에 멍까지 들었어요. “
왕비는 눈이 커다래졌어요.
“오오, 당신이야말로 진짜 공주군요!”
작은 완두콩 한 알도 섬세하게 느낄 수 있는 공주야말로, 백성들의 작은 목소리에도 세심히 귀를 기울일 줄 아는 진짜 공주인 것이지요! 비에 젖어 초라한 모습이 되어도 자신이 공주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진짜 공주말이에요!
진짜 공주는 남의 말을 귀담아 들을 줄 알며 지혜로운 말을 할 줄도 알았어요.
책 읽기도 좋아하고 부지런한 진짜 공주는 왕자님과 결혼해서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