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어둠 속에서, 왜
눈부심을 느낄까.
우린 가시 위에서, 왜
포근함을 누릴까.
뿌연 안개 너머로,
우린 어둠 속을 종일 달렸어.
처음도 끝도 없는 길 위에,
젖은 두 몸을 뉘였어.
우린 거미줄 속에서, 왜
자유롭다 느낄까.
우린 모래성 위에서, 왜
구원됐다 여길까.
짙은 어둠 너머로,
우린 폭풍 속을 밤새 달렸어.
뭍도 물도 없는 섬 위에,
태운 두 몸을 뿌렸어.
타는 태양 너머로,
우린 별들 사이를 고이 헤맸어.
빛도 잠도 없는 틈으로,
꺼진 잿더미를 지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