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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오벨상 (시인: 파스테르나크) 황일청

오. 나는 길 잃은 자, 함정에 빠진 짐승. 어디선가는 어떤 이들이 여전히 광명 속에 기쁨을 가지고 자유로이 살고 있건만, 나는 엽총에 쓰러지고, 포위되고 당장 덫에 치어 있구나. 어두운 숲 속 늪 가까이 넘어진 한 그루 나무 같은 나. 내 빠져 날 길은 막혀버렸다. 할 수 없지. 맘대로 사냥꾼더러 사냥을 하라지! 내가 무슨 모진 짓을 했을까 ...

저녁에 (시인: 김광섭) 황일청

♣ 저녁에 -김광섭 시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하나 나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추억 (시인: 뫼리케) 황일청

♣ 추 억 - 뫼리케 시 그것이 우리가 거닌 마지막 이였구나. 오.K여! 그때 그것이 최후였었다. 둘이 어린애처럼 기뻐한 것은. 비 오다 그친 그 날 우리 둘은 햇빛 찬란한 넓은 길을 한 우산 속에 몸을 감추며 부지런히 뛰어 갔었다. 요정이 방안에 들어가기나 한 것처럼 두 사람은 몸을 바싹 가까이 댔고...

남사당 (시인: 노천명) 황일청

★*…남 사 당 - 노 천명 시 나는 얼굴에 분칠을 하고 삼단 같은 머리를 땋아내린 사나이 초립에 쾌자를 걸친 조라치들이 날라리를 부는 저녁이면 다홍치마를 두르고 나는 향단이가 된다. 이리하여 장터 어느 넓은 마당을 빌어 램프불을 돋운 포장(布帳) 속에선 내 남성(男聲)이 십분 굴욕...

소연가 (시인: 김수돈) 황일청

♣ 소연가 -김수돈 시 꽃 향이 야음의 품에 안겨 끝이 없는 넓은 지역을 돌고 돌며 펄쳐와 슬픔이 남아있는 먼 추억을 건드리면 나는 아직도 너를 사랑하고 있는 것을 분명히 알고 만다. 새 주둥이 같은 입술이 빨간 열매를 쫓으려던 유혹에 너도 여인이므로 타박타박 고개 숙인 채 걸어간 것을 지금은 다시 돌아오...

우중행 (시인: 박용래) 황일청

우 중 행 (雨中行) -박용래 시 비가 오고 있다 안개 속에서 가고 있다 비, 안개, 하루살이가 뒤범벅되어 이내가 되어 덫이 되어 (며칠째) 내 목양말은 젖고 있다.

호접 (시인 : 박화목) 황일청

♣ 호 접 - 박화목 시 가을바람이 부니까 호접이 날지 않는다. 가을바람이 해조(海潮) 같이 불어와서 울안에 코스모스가 구름처럼 쌓였어도 호접 한 마리도 날아오지 않는다. 적막만이 가을 해 엷은 볕 아래 졸고 그 날이 저물면 벌레 우는 긴긴 밤을 등피 끄스리는 등잔을 지키고 새우는 것이다. 달이 유난하게 밝은...

무지개 (시인: 워즈워드) 황일청

♣ 무 지 개 - 워즈워드 하늘에 무지개 바라보면 내 마음 뛰노나니, 나 어려서 그러하였고 어른 된 지금도 그러하거늘 나 늙어서도 그러할지어다. 아니면 이제라도 나이 목숨 거둬 가소서.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 원하노니 내 생애의 하루하루가 천생의 경건한 마음으로 이어질진저…

언덕 (시인: 김광균) 황일청

♣ 언 덕 -김광균 시 심심할 때면 날 저무는 언덕에 올라 어두워 오는 하늘을 향해 나발을 불었다. 발. 밑에는 자옥한 안개 속에 학교의 지붕이 내려다보이고, 동네 앞에 서 있는 고목위엔 저녁 까치들이 짖고 있었다. 저녁 별이 하나 둘 늘어갈 때면, 우리들은 나발을 어깨에 메고, 휘파람 불며 언덕...

저녁에(시인: 김광섭) 황일청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해에게서 소년에게 (시인: 최남선) 황일청

♣ 해에게서 소년에게 - 최 남선 시 1 처얼썩 처억썩 척 쏴아아. 따린다 부순다 무너버린다. 태산 같은 높은 뫼 집채 같은 바윗돌이나 요것이 무어야 요게 무어야. 나의 큰 힘 아느냐 호통까지 하면서 따린다 부순다 무너버린다. 처얼썩 처얼썩 척 튜르릉 꽉. 2 처얼썩 처얼썩 척 쏴아아. 내게는 아무것 두려움 없어 육상에서 아무런 힘과 권(權)을...

내 마음은 (시인: 김동명) 황일청

★*… 내 마음은 - 김 동명 시 내 마음은 호수요, 그대 저어 오오. 나는 그대의 흰 그림자를 안고 옥같이 그대의 뱃전에 부서지리다. 내 마음은 촛불이요, 그대 저 문을 닫아 주오. 나는 그대의 비단 옷자락에 떨며, 고요히 최후의 한 방울도 남김없이 타오리다. 내 마음은 나그네요, 그대 피리를 불어 주오. 나는 달 아래 귀를 기울이며, 호...

빛나는 별이여 (시인: 키이츠) 황일청

♣ 빛나는 별이여 -존 키이츠 시 빛나는 별이여, 내가 너처럼 한결 같았으면- 밤하늘 높은 곳에서 외로이 빛나며 눈을 맑게 뜨고, 자연의 잠자지 않는 참을성 있는 은둔자 처럼, 인간이 사는 해안 주위를 깨끗이 씻어주는 사제 같은 일을 하는 철썩이는 파도를 지켜보거나 혹은 산과 황무지위에 새로이 ...

아파트의 아이 (시인: 왕수영) 황일청

♣ 아파트의 아이 -왕수영 시 하나 밖에 없는 내 아이는 아파트 열쇠와 논다. 잠시 지나가는 햇살에 반짝 빛나는 열쇠와 까르르 웃으며 논다. 나와 특히 눈썹이 닮은 내 아들은 아파트의 발코니에서 한 줌의 귀한 모래와 논다 바람이 불면 아들은 소금이 날아간다고 짜증을 낸다. 앞니가 썩은 네 살짜리 내...

과테말라의 소녀 (시인: 마르티) 황일청

♣ 과테말라의 소녀 -마르티 날개의 그늘 밑에서 화분(花粉)에 묻힌 이야기를 들려 드리리. 과테말라의 소녀, 그 사랑에 죽어간 소녀이 이야기를... 백합의 가지가 뒤덮인 곳에 목속초와 쟈스민으로 장식된 그곳에 소녀는 매장되었다. 비단 상장에 누워 있는 소녀가 매장되었다. 무정한 님께 드린 정표(...

3월 1일의 하늘 (시인: 신석정) 황일청

★ 3월 1일의 하늘 - 박두진 詩 유관순 누나로 하여 처음 나는 삼(三)월 하늘에 뜨거운 피무늬가 어려 있음을 알았다. 우리들의 대지에 뜨거운 살과 피가 젖어 있음을 알았다. 우리들의 조국은 우리들의 조국 우리들의 겨레는 우리들의 겨레 우리들의 자유는 우리들의 자유이어야 함을 알았다. 아...

즐거운 봄이 찾아와 (시인: 셀리) 황일청

즐거운 봄이 찾아와 - 하이네 시 즐거운 봄이 찾아와 온갖 꽃들이 피어날 때에 그때 내 가슴 속에는 사라의 싹이 움트기 시작하였네. 즐거운 봄이 찾아와 온갖 새들이 노래할 때에 그리운 사람의 손목을 잡고 불타는 이 심정을 호소하였네.

3월 1일의 하늘 (시인: 박두진) 황일청

★*…3월 1일이 아침 -박 두진 시 유관순 누나로 하여 처음 나는 三월 하늘에 뜨거운 피무늬가 어려 있음을 알았다. 우리들의 대지에 뜨거운 살과 피가 젖어 있음을 알았다. 우리들의 조국은 우리들의 조국 우리들의 겨레는 우리들의 겨레 우리들의 자유는 우리들의 자유이어야 함을 알았다. 아, 만세...

즐거운 봄이 찾아와 (시인: 하이네) 황일청

즐거운 봄이 찾아와 - 하이네 시 즐거운 봄이 찾아와 온갖 꽃들이 피어날 때에 그때 내 가슴 속에는 사라의 싹이 움트기 시작하였네. 즐거운 봄이 찾아와 온갖 새들이 노래할 때에 그리운 사람의 손목을 잡고 불타는 이 심정을 호소하였네.

뜨거운 노래는 땅에 묻는다 (시인: 조병철) 황일청

♣ 뜨거운 노래는 땅에 묻는다 - 유치환 시 고독은 욕되지 않으다 견디는 이의 값진 영광. 겨울의 숲으로 오니 그렇게 요조(窈窕)턴 빛깔도 설레이던 몸짓들도 깡그리 거두어 간 기술사(奇術師)의 모자(帽子). 앙상한 공허만이 먼 한천(寒天) 끝까지 잇닿아 있어 차라리 마음 고독한 자의 거닐기에 좋아라. 진실로 참되고 옳음이 죽어지고 숨어야 하는...

오후의 품에 몸을 기댄체 (시인: 네루다) 황일청

♣ 오후의 품에 몸을 기댄 채 - 네루다 시 오후의 품에 몸을 기댄 채 대양이 잠긴 그대 눈동자에 나의 슬픈 어망을 던진다. 저쪽 가장 높은 횃불에서는 나의 고독이 몸을 삐쳐 훨훨 타오르고 있다. 난파선의 사람처럼 팔을 휘두르며 훨훨 타오르고 있다. 너의 초점 없는 눈을 향해 빨간 신호를...

낡은 우물이 있는 풍경 (시인: 김종환) 황일청

낡은 우물이 있는 풍경(風景) - 김 종 한 시 능수버들이 지키고 섰는 낡은 우물가 우물 속에는 푸른 하늘 조각이 떨어져 있는 윤사월 아주머님 지금 울고 있는 저 뻐꾸기는 작년에 울던 그 놈일까요? 조용하신 당신은 박꽃처럼 웃으시면서 두레박을 넘쳐 흐르는 푸른 하늘만 길어 올리시네. 두레박을 넘쳐 흐르는 푸른 전설만 길어 올리시네. 언덕을 넘어 황...

거칠은 골짜기 아래 피리를 불며 (시인: 블레이크) 황일청

♣ 거칠은 골짜기 아래 피리를 불며 -블레이크 시 거칠은 골짜기 아래 피리를 불며, 즐거운 노래를 불며 가다가 구름위에서 나는 한 아이를 보았네. 웃으면서 그는 내게 말하기를, “양의 노래를 불러 주어요!” 그래서, 유쾌하게 나는 피리 불었네. “그 노래를 다시 불어 줘요. 아저씨” 다시 불었더니 그 애는 듣고 울었네. “피리는, 즐거운 피리...

파초 황일청

조국을 언제 떠났노 파초의 꿈은 가련하다. 남국을 향한 불타는 향수 너의 넋은 수녀보다도 더욱 외롭구나! 소낙비를 그리는 너는 정열의 여인 나는 샘물을 길어 네 발등에 붓는다. 이 밤이 차다. 나는 또 너를 내 머리맡에 있게 하마. 나는 즐겨 너를 위해 종이 되리니, 너의 그 드리운 치맛자락으로 우리의 겨울을 가리우자.

시인 백창우

강물이듯 구름이듯 다시 떠나가는 이여 나무이듯 바람이듯 되살아나는 이여 걸어도 걸어도 못다 걸을 세상길을 새벽이면 일어나 다시 걸어가는 이여 바라보는 몇마리 새는 저만치 접어두고 돌아보고 돌아보며 묵묵히 가는 이여 별이든 달이든 꺼지지 않는 이여 저혼자 재가 되고 또 불이 되는 이여 걸어도 걸어도 못다 걸을 세상길을 새벽이면 일어나 다시 걸어가는 이...

시인 이솔로몬

당신은 날 보며 웃고 있지만 난 말도 못해요 누가 풀을 붙인 듯 꼭 다문 입술은 말라만 가요 애가 타게 당신을 그리다 못다 핀 마음들은 시가 되었죠 서툰 내 사랑은 초라하지만 난 밤에 물든 시인이 돼요 나는 당신이란 바다를 떠다니는 배 파도에 밀려가도 좋아요 밤이 밝혀 놓은 달빛과 별의 지도가 날 당신께 인도할 테니 당신을 나보다 사랑하지만 그...

시인 Baesuyong (배수용)

삶이 쉬워지니 내 자신이 싫어져너를 생각하니 내 가슴이 미어져나의 꿈을 숨겨 영원해진 기억으로나는 시인이야 너의 이야기를 빌려 써 나의 춤은 너의 숨결로 긴 호흡으로 우물이 있는 아주 조용한 시골로한때 우린 클럽에서 뜨거운 키스를 가끔 실없는 말로 너에게 비수를음악에서 나를 찾어내가 없어도 나를 가져내가 곡을 쓰면 너는 나를 봐줘세상에서 가장 야한 생...

시인 진채밴드

나는 시를 쓸 줄 모르지만가령 이렇게 시작하고 싶다평생 아침이 제일 쓸쓸하다고죽음으로부터 삶으로 빠져나가는게 그렇게 힘들다시를 쓸 줄 모르기 때문에 나는 한낮으로 가려고오늘 아침에도 갑옷을 입는다쇠 단추를 채우고 쇠 지퍼를 올리고 시인을 갑옷 속에 숨긴다비내리는 저녁이 오면 그리운 그대에게 가서모시 식탁보가 깔린 식탁 위에서 가시 많은 생선으로 눕는다...

시인 김진예

한잔 들이키고서 연과 헤어진 사람아무슨 말을 듣고싶어 그리 울어댔는가그런 삶을 포기하고 죽어버릴 힘마저더 이상 지쳐 난 여력이 없다아무 감정없는데 나를 걱정하는구나무슨 말들이 나를 이렇게 무디게 했나꿈에 나온 네 웃음은 변하지도 않아서다만 난 몹시도 추해졌구나항상 그래왔듯이 나의 환상 속에 살아어떤 말들도 더 이상 나와 상관없잖아내 스스로의 손으로 모...

시인 드문

힘든 그대에게 쉼표를 그려줄게요그대의 삶을 한번 적어봐요그대의 시가 너무 밝거나 어두워도 돼요그것도 그대의 시 한 구절이니까그대의 일상 속에는 늘 밤이 있어요그리고 늘 시가 있어요그대의 일상 속에는 늘 별이 있어요그대의 시는 오늘도 안녕하신가요그대의 시가 너무 밝거나 어두워도 돼요그것도 그대의 시 한 구절이니까그대의 일상 속에는 늘 밤이 있어요그리고 ...

그 시인 김산

추산동 근처에서 그를 보았네 어눌한 웃음과 어눌한 몸짓 그러나 빛나는 눈빛으로 세상을 보네 우 ~ 세상을 보네 가끔은 이른 아침 어시장에서 사람들 붐비는 문화문고에서 갓 잡은 싱싱한 물고기처럼 푸른 지느러미를 펄떡이네 끊임없이 흔들리는 세상에서 눈물을 건지며 쉬지 않고 밀려오는 물결에서 그 시인 눈물 한잔 마시네 그러나 빛나는 눈빛으로 세상을 보네

천상의 시인 허영지

사랑은 흘러서 가고없고 인생은 저마다 외로운길 남루한 세상의 뜨락에는 슬픈 사랑하나 있었죠 온 세상의 가을날 눈물로 얼룩진 사랑을 지고 이세상 슬픔 다 떨쳐내지 못해 이렇게 서서 통곡 하노라 내 사랑하는 이여 나 차라리 이승의 자리를 떠나 별를 보고 노래하는 천상의 시인이 되리라 다시는 만나지 못할사람 눈물로 보네고 돌아서네 히미한 가로...

시인 (Inst.) 이솔로몬

당신은날 보며 웃고 있지만난 말도 못해요누가 풀을 붙인 듯꼭 다문 입술은말라만 가요애가 타게 당신을 그리다못다 핀 마음들은 시가 되었죠서툰 내 사랑은 초라하지만난 밤에 물든 시인이 돼요나는 당신이란 바다를떠다니는 배파도에 밀려가도 좋아요밤이 밝혀 놓은 달빛과별의 지도가날 당신께 인도할 테니당신을나보다 사랑하지만그댄 아닌가 봐요누가 물을 뿌린 듯촉촉한 ...

바다와 시인 바다와 시인

푸른 빛은 머무는 시간을 기다리고 한맺힌 노인은 허공을 바라보네 여명을 머금은 짙은 바다 바스라진 껍데기의 그늘 그 무언갈 기다리는 바램 아, 어딜까? 쓰라린 종착역은 그저 바라보네 그저 기다리네 그저 눈을감네 그저 글을 쓰네

광부와 시인 성불락

어떤 도자기공은 자신의 손가락이계속 녹로에 걸려 직접 손도끼를들었다지 그렇게 자유를 찾았네가만 보면 자유는 대가를 부르네질서 없이 걸린 별들 사이에서내 별을 찾아 떠났네그건 사실 인공위성이었지만아무튼 이렇게라도 살아가겠지살아가지살아가겠지살아가겠지누구나 사랑을 통해 자신의비겁함을 합리화하려 하지어떤 이는 사랑이 지옥에서 온 개래그래서 우린 계속 사랑을 ...

방랑 시인 김삿갓 명국환

1.죽장에 삿갓 쓰고 방랑 삼천리 흰 구름 뜬 고개 넘어 가는 객이 누구냐 열두 대문 문간방에 걸식을 하며 술 한 잔에 시 한 수로 떠나가는 김삿갓. 2.세상이 싫든가요 벼슬도 버리고 기다린 사람 없는 이 거리 저 마을로 손을 젖는 집집마다 소문을 놓고 푸대접에 껄껄대며 떠나가는 김삿갓. 3.사람에 지치었나 사랑에 지치었나 괴나리 봇짐 지고 가는...

고고 (시인: 김종길) 김종길

북한산이 다시 그 높이를 회복하려면 다음 겨울까지는 기다려야 한다. 밤사이 눈이 내린 그것도 백운대나 인수봉 같은 높은 봉우리만이 옅은 화장을 하듯 가볍게 눈을 쓰고 왼 산은 차가운 수목으로 젖어 있는, 어느 겨울날 이른 아침가지는 기다려야만 한다. 신록이나 단풍, 골짜기를 피어오르는 안개로는, 눈이라도 왼 산을 뒤덮는 적설로는 드러나지 않는, ...

바보가 되고싶은 시인 왁스

Lady 바람이 불어와 떨어진 낙엽을 붙잡고 춤을 추네요 Lady 비가 내리더니 내 어깨를 두드리며 나를 위로해 주네요 비가 내게 잊어버리래요 바람이 내게 날려버리라 해요 알겠다고 고갤 숙여봐도 그대를 잊기가 정말 어렵네요 Lady 아름다운 이 밤 저 하늘 달빛에 내 맘을 털어놓아요 Lady 내 맘을 아는지 하얀 얼굴을 가리며 살며시 눈물짓...

제망매가 (시인: 월명사) 고은정

시인. 문학박사. 호는 무애 (无涯). 저서로 <고가 연구>외 <여요 전주> 시집 <조선의 맥박> 수필집 <문주 반생기> <인생 잡기> 번역서 <영시 백선> 등이 있다.

동심가 (시인: 이중원) 고은정

신 체 시 ♥ 동 심 가 (同 心 歌) - 이 중 원 시 조 잠을 깨세. 잠을 깨세. 사천년이 꿈속이라. 만국(萬國) 이 회동(會同) 하여 사해 (西海) 가 일가(一家)로다. 구구세절(區區細節) 다 버리고 상하동심(上下同心) 동덕(同德)하세. 남의 부강(富强) 부러하거. 근본(根本) 없이 회빈(回賓) 하라. 범을 보고 개 그리고 ...

학 (시인: 서정주) 고은정

♥ 학 ~^* -서정주 시 천 년 맺힌 시름을 출렁이는 물살도 없이 고은 강물이 흐르듯 학이 난다. 천 년을 보던 눈이 천 년을 파닥거리던 날개가 또 한 번 천애에 맞부딪노나. 산덩어리 같아야 할 분노가. 초목도 울려야 할 설움이 저리도 조용히 흐르는구나. 보라. 옥빛. 꼭두서니. 보라. 옥빛. 꼭두서니. 누이의 수들을 보듯. 세상을 ...

바보가 되고싶은 시인 왁스

Lady 바람이 불어와 떨어진 낙엽을 붙잡고 춤을 추네요 Lady 비가 내리더니 내 어깨를 두드리며 나를 위로해 주네요 비가 내게 잊어버리래요 바람이 내게 날려버리라 해요 알겠다고 고갤 숙여봐도 그대를 잊기가 정말 어렵네요 Lady 아름다운 이 밤 저 하늘 달빛에 내 맘을 털어놓아요 Lady 내 맘을 아는지 하얀 얼굴을 가리며 살며시 눈물짓...

나무들 (시인: 김남조) 김남조

보아라 나무들은 이별의 준비로 더욱 사랑하고만 있어 한 나무 안에서 잎들과 가지들이 혼인하고 있어 언제나 생각에 잠긴 걸 보고 이들이 사랑하는 줄 나는 알았지 어늘은 비를 맞으며 한 주름 큰 눈물에 온 몸 차례로 씻기우네 아아 아름다워라 잎이 가지를 사랑하고 가지가 잎을 사랑하는 거 둘이 함께 뿌리를 사랑하는 거 밤이면 밤마다 금(金)줄 뻗치는 별...

성산포 (시인: 박두진) 최재균

♠ 성산포 - 이생진 詩 -수많은 태양 아침 여섯시, 어느 동쪽이건 그만한 태양은 솟는 법인데 성산포에서만 해가 솟는다고 부산피운다. 태양은 수만개, 유독 성산포에서만 해가솟는다고 착각하는 것은 무슨 이유인가. 나와서 해를 보라. 하나 밖에 없다고 착각해온 해를 보라. - 色盲 성산포에서는 푸른색 외에는 손을 대지 않는다. 설사 색맹일지라도...

몽당연필 (시인: 이해인) 정경애

♠ 몽당연필 ♠ 너무 작아 손에 쥘 수도 없는 연필 한 개가 누군가 쓰다 남은 이 초라한 토막이 왜 이리 정다울까 욕심 없으면 바보 되는 이 세상에 몽땅 주기만 하고 아프게 잘려 왔구나 댓가를 바라지 않는 깨끗한 소멸을 그 소박한 순명을 본받고 싶다 헤픈 말을 버리고 진실만 표현하며 너처럼 묵묵히 살고 싶다 묵묵히 아프고 싶다

창 (시인: 김현승) 최응찬

♣ 창 - 김현승 시 창을 사랑하는 것은, 태양을 사랑한다는 말보다 눈 부시지 않아 좋다. 창을 잃으면 창공으로 나아가는 해협을 잃고, 명랑은 우리에게 오늘의 뉴우스다. 창을 닦는 시간은 또 노래도 부를 수 있는 시간 별들은 12월의 머나먼 타국이라고··· 창을 맑고 깨끗이 지킴으로 눈들을 착하게 뜨는 버릇을 기르고, 맑은 눈은 우...

바람속에서 (시인: 정한모) 정한모 [시인]

♥ 바람 속에서 ~^* - 정 한 모 시 〔1〕 바람은 발기발기 찢어진 기폭 어두운 산정에서 하늘 높은 곳에서 비장하게 휘날리다가 절규하다가 지금은 그 남루한 자락으로 땅을 쓸며 경사진 나의 밤을 거슬러 오른다 소리는 창밖을 지나가는데 그 허허한 자락은 때묻은 이불이 되어 내 가슴 위에 싸늘히 얹힌다. 〔2〕 바람은 산 모퉁이 우물 ...

정석가 (시인: 지은이모름) 고은정

옛 노 래 ♠ 정 석 가 (鄭石歌) 무쇠로 큰 소를 지어다가. 무쇠로 큰 소를 지어다가. 쇠나무 산에 놓습니다. 그 소가 쇠풀을 다 먹어야. 그 소가 쇠풀을 다 먹어야. 유덕하신 임 여의어지이다. 구슬이 바위에 떨어진들. 구슬이 바위에 떨어진들. 끈이야 끊어지리까. 즈믄 해를 헤어져 살아간들. 즈믄 해를 헤어져 살아간들. 믿음이야 끊어지리까. ...

사투리 (시인: 박목월) 이선영

♣ 사 투 리 - 박목월 시 우리 고장에서는 오빠를 오라베라 했다. 그 무뚝뚝하고 왁살스러운 악센트로 오오라베 부르면 나는 앞이 칵 막히도록 좋았다. 나는 머루처럼 투명한 밤하늘을 사랑했다. 그리고 오디가 샛까만 뽕나무를 사랑했다. 혹은 울타리 섶에 피는 이슬마꽃 같은 것을…… 그런 것은 나무나 하늘이나 꽃이기보다 내 고장의 그 사투리라 싶었다...

사모 (시인: 조지훈) 서은영

♥ 사 모 ~^* - 조 지 훈 詩 사랑을 다해 사랑하였노라고 정작 할 말이 남아있음을 알았을 때 당신은 이미 남의 사람이 되어 있었다. 불러야 할 뜨거운 노래를 가슴으로 죽이며 당신은 멀리로 잃어지고 있었다. 하마 곱스런 웃음이 사라지기 전 두고 두고 아름다운 여인으로 잊어 달라지만 남자에게서 여자란 기쁨 아니면 슬픔 다섯 손가락 끝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