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궁가-별주부 토끼 태우고 세상나오는데

은희진

북: 김성권(중요무형문화재 5호 판소리 고법 보유자)
판소리: 은희진(중요무형문화재 5호 판소리 준문화재)

[사설] 동초제 수궁가: 별주부 토끼 태우고 세상나오는데

<자진중모리> 백로주 바삐지내 적벽강을 다달으니 소자첨범중류로다. 동산강 달떠와 두우간 배회하여 백로횡강 졸시고 소지로화월일선 추강어부 비인 배 기경선자간 연후 공추월 지단단. 자래 등에다 저달을 실어라 우리 고향을 어서가 환난롱명월 원해근산 좋을시고 한곳을 돌아드니 어조혀든 강태공 위수로 돌아들고 은린옥척 뿐이라 벽해수변 다달아 깡짱뛰여 내려서 모른난체로 가는구나.
<아니리> 토끼란놈 깡충 뛰여 충암절벽 우에가 턱-앉더니 별주부를 내려다보며 여보 별주부 이리 올라 오시오 별주부 치여다보며 내가 거기를 어떻게 올라갈 것이여 좋은수가 있소. 칡넝쿨로 홀중게를 만들어주면 자 여기다 목을거쇼 그러면 내가 위에서 잡아다려 줄 테니까. 네가 나를 죽일 작정이쟈. 원 별말씀을 별주부 같은 충신을 해할리 있겠소 붙잡고 올라오면 저 파초잎에 쌓아둔 간을 줄 터이니 이리 올라오쇼. 간 준다는 통에 주부 또 돌려 홀롱게에다 목을 걸어놓으니
<중모리> 토끼란놈 거동 보아라 홀롱게를 추켜들고 홰홰돌려 당겨놓니 별주부 모양보소 네 발을 물에 헤염치듯 내 저으며 나무쟁반 떠나가듯 공중의 높이 떠 뱅뱅돌아 올라간다 낙락장송 늘어진 가지에다 칭칭감어 매여놓니 가련허다 별주부는 할 일 없이 죽었구나 그때의 토끼란 놈은 그늘 밑에 앉어 바라보며 별주부를 조롱허는듸 워라 이놈 별가놈아 네가 나를 우인허여 너의 나라 다리고 가서 내배를 따고 간을 내어 너의 용왕을 먹인다고 네 이놈아 동풍에 음건되어 밧작말라 뒤여지거라 왕배탕이 좋을시고
<아니리> 너 이놈 들어갔다 나왔다 허는 네놈 목을 꼭 늘여 죽여서 푹 삶아가지고 국물은 왕배탕으로 훌훌 마시고 건데기는 백소주 안주로 초장찍어 먹을란다 이놈 이래노니 아무리 생각해도 이제는 두수없이 꼭 죽었구나
<진  양> 별주부 기가막혀 두 눈에 눈물이 듣거니 맺거니 방성통곡으로 하느님전의 축수를 허는듸 목을 줄에다 매었으니 축수를 어이헐 수 있으리오만은 목은 은희진 성악에 쓰는 목이오 말은 별주부 축수허든 말이라 비나이다 비나이다 하느님전 비나이다 저의 충성이 부족허여 이 죽엄을 당허오니 나 죽기는 설잔하오나 영덕전 병든 용왕을 어이잊고 죽드란 말이오 우리 용왕을 살려주오
<아니리> 이렇듯 빌며 설리우니 토끼란놈 놀다가 내려와 끌러주며 하는말이 사람이나 김생이나 각기 제 인군 위헌 마음 십분 짐작허여 살려준 것이니 어서 잘 가거라 내 간보다 훨씬 좋은 약을 일러주마 그 약은 다른 약이 아니라 너의 수궁 암자래 거 이쁜 것 많이 있드구나
<자진모리> 하루에 일천오백 마리씩 석달 열흘만 잡어 먹이고 복쟁이 쓸개 간을 천석만 구허여서 삼일만에 다 먹이면 좌우간 끝나리라 이 약을 써 보아서 만일 듣지않거들랑 또 한가지 약이 있는듸 화제를 이를 터이니 자세히 들어보아라 화제는 가미허랑탕인듸 두꺼비 쓸개 열보 빈대오줌 한그릇에다 새새끼 발톱 작말서되 벼룩 간 다섯보와 하로살이 염통 서른개 이것을 흰구름 단지에다 은하수 물을 붓고 번개불에다 얼른 다려서 거름재 수건으로 아드득 짜서 먹이면은 즉효를 보려니와 만일에 못 구허면 염라대왕이 네 할애비오 강님사자가 네 아비라도 너의 용왕 살기는 다 틀렸다 잘가거라 나는 간다
<아니리> 이래놓니 별주부란 놈은 울며불며 수궁으로 들어가고 토끼란놈은 지가 살았되서 요리뛰고 저리뛰고 한번 춤을 추면서 산으로 올라가는듸
<평중모리> 얼시구나 좋을시고 절시구나 좋을시구 항적은 천하장사로되 팔천자제 거나리고 한태조와 싸우다가 시불 이헤추불서라 비전지죄 되였으나 오강도로 못 건너고 형가는 마고협객으로 삼척검 빼여들고 진시황을 찌르려다가 역수를 다시 못 건넷다 신통헌 이내재조 경각나 구변으로 용왕을 돌라놓고 이 물 도로 건넷으니 내가 진정 영웅이라 반갑다 반가워 우리 고향이 반가워 구름 밑에 놓은 산은 내가 앉어 졸든데요 넌출과실 나무열매는 내가 먹든 양식이라 너구리 아저씨 평안허오 오소리 형님 잘 있던가 벼슬허기 원치말고 이사헐 생각 부디마소 벼슬허면 몸 위텁고 이사허면 천대받네 몸익은 청산풍월 낯익은 우리 동류 주야상종으로 즐겨 볼거나 얼씨구 절씨구 지화자 좋네 이런 좋은일이 또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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