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가는 소리를 시작할 때 목을 풀기 위해 짧게 부르는 소리다. 판소리 명창마다 각기 장기로 하는 단가가 있었는데, 김창환은 <고고천변>, 송만갑은 <진국명산>, 김창룡은 <대장부한>, 정정렬은 <적벽부>를 즐겨 불렀고, 이동백은 엄청난 김을 바탕으로 해서 박을 밀고 당기고 자유 자재로 소리를 하고 있다. 성음이 꿋꿋하고 통성을 위주로 소리를 구기지 않고 펴기 때문에, 위풍당당했던 대장부가 백발이 된 모습을 그린 듯한 느낌을 준다. 여러 번 들어도 들을 때마다 눈물이 나는 소리다.
이동백은 이 음반에 담긴 <백발가> 녹음(빅타) 외에도 일본측음기상회에서도 <백발가>를 녹음(일축죠션소리반 K564-A.B)한 바 있다. <백발가>는 이동백 이후로 박록주가 잘 불렀는데, 박록주도 <백발가>를 여러 번 녹음했다.(케네디레코디 KL-1077/도미도레토-드社.LD-183-A/신세기레코오드주식회사 민1008)
원반 : Victor KJ-1248-B(49033-B, XVE 1948)
녹음 : 1928. 6. 6
(중몰이) 젊어 청춘 좋은 그 때 엊그젠 줄 알았더니, 오늘 보니 늙었구나. 검던 머리 희여지고 곱던 형용 변하야 우주가관 들었으니, 웬수야, 웬수가 따로 없고 백발이 웬수로구나. 이 놈으 백발을 어찌 막아볼꼬, 한 손의난 몽치 들고, 또 한 손의 철퇴 들어 밀고 치고 아무리 격투를 허야도 무정세월을 어쩌느냐, 한단몽이 아니언만 어느새 이러헌가. 안으로 들어오면 아내조차 상관없고, 사사이 무용지인. 밖으로 나오면 아희들게 학장질, 날 보난 소년마다 무슨 일이 총급헌지 잠시 듣곤 싫여헌다. 만권서책 무어 가지고 하누님 전에 등장을 가자. 무슨 연유로 등장을 헐꼬, 늙은 인간은 쉬 죽지 말고, 젊은 인간 너머 늙지 말고, 세상에 악하고 몹씰 인간 대신 좀 늙게 해달랄 랴고 그 말 연유로 등장을 가자. 세월아 있거라, 팔도 호걸들이 다 늙는구나, 세월아 거기, 만갖 부귀 헛 동포들 허망히 모도 다 늙는구나. 노류장화를 부여잡고 청풍명월이 돌고 어, 거드렁거리고 놀아본다. 어화 저 세상아, 허망한 일이 여기 있지, 누구나 다 이를 깨쳐서 졸거나, 아니 놀고 무엇허리. 기운 좋고 돈 있실 제가 이만큼 거드렁거리고 놀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