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눈이 펑펑 내리는 추운 겨울날, 성냥팔이 소녀가 외쳤어요.
“성냥 사세요! 성냥 사세요!”
작은 소녀는 꽁꽁 언 손에 입김을 불며 성냥을 팔고 있었어요. 하지만, 아무도 성냥을 사주지 않고 소녀를 지나쳤어요. 사람들은 한 해의 마지막 날을 가족과 함께 보내려고 집으로 가느라 바빴지요.
갑자기 마차 한 대가 눈보라를 일으키며 달려왔어요. 성냥팔이 소녀는 마차를 피하려다 그만 미끌어지고 말았어요. 소녀가 신고 있던 신발이 벗겨져버렸지요.
마차가 지나가자 소녀의 신발도 어디론가 사라져 없어졌어요.
“아! 내 신발… 흑흑흑”
소녀는 맨발이 된 자기 발을 내려다보고 서러움이 북받쳐 눈물이 쏟아졌어요.
성냥팔이 소녀는 꽁꽁 언 손으로 눈물을 닦았어요. 소녀는 늘 폭신한 스웨터와 따뜻한 옷을 주시던 할머니 생각이 났어요. 그러나 할머니는 얼마 전 돌아가시고, 더 이상 성냥팔이소녀 곁에 계시지 않아요.
“할머니, 보고 싶어요… 나 절대 울지 않을게요.
할머니 말씀대로 씩씩하게 잘 할게요.”
성냥팔이 소녀는 눈물을 닦고 다시 외치기 시작했어요.
“성냥 사세요! 성냥 사세요!”
그러나 아무도 소녀의 성냥을 사주지 않았어요.
소녀는 술주정뱅이 아버지가 생각났어요.
‘성냥을 다 팔지 못하면 아버지에게 매를 맞을텐데 어떡하지?‘
어느 새 거리는 어둑어둑해지고, 지나가는 사람도 뜸해졌어요. 모두 집에 돌아가 맛있는 저녁식사를 준비하고 있었지요. 성냥팔이소녀는 길을 걷다가, 밝게 불이 켜진 한 집을 보았어요. 성냥팔이 소녀는 자기도 모르게 그 집 창문으로 다가갔어요.
따뜻한 벽난로 옆에는 푹신한 소파가 있고, 식탁에는 맛있는 음식들이 가득 차려져 있었지요. 고소한 거위 구이 냄새가 문틈으로 솔솔 풍겨져 나왔어요.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엄마아빠의 흐뭇한 미소가 보였어요.
‘저 애들은 정말 좋겠다! 아, 배고프고 추워…’
성냥팔이 소녀는 매서운 바람을 피해 작은 골목길 안으로 들어갔어요.
발은 꽁꽁 얼어붙었고, 손가락도 잘 움직이지 않았어요.
“성냥불 하나만 켜서 손을 좀 녹여야겠어.”
성냥팔이 소녀는 성냥에 불을 붙였어요. 치이익!
성냥불이 밝게 타오르자, 불빛 속에 커다란 벽난로가 보이는 게 아니겠어요?
‘아, 따뜻해! 아, 따뜻해!’
그런데 이내 성냥불이 꺼졌고, 커다란 벽난로도 사라져버렸어요.
“딱 한 개비만 더 켜 보자.“
성냥팔이 소녀는 다시 한번 성냥에 불을 붙였어요. 치이익!
이번에는 환한 불빛 속에 맛있는 음식들이 보였어요. 식탁 위에는 노릇노릇 맛있게 구워진 거위와 달콤한 애플파이, 갓 구운 빵이 보이는 것이 아니겠어요?
‘아, 맛있겠다! 정말 먹고 싶어….’
그 때 찬바람이 휙 불자 성냥불도 힘없이 꺼져버렸어요.
맛있는 음식들도 사라져 버렸지요.
성냥팔이 소녀는 다시 성냥에 불을 붙였어요. 치이익!
불빛 속에 화려한 크리스마스 트리가 보였어요. 크리스마스 트리 옆에는 성냥팔이 소녀가 그렇게 보고싶던 할머니가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소녀를 바라보고 있었지요.
“‘할머니!”
소녀가 할머니를 부르는 순간 성냥은 꺼져 버리고, 할머니도 보이지 않게 되었지요.
소녀는 눈물을 글썽이며 밤하늘을 올려다 보았어요.
그 때, 커다란 별똥별 하나가 하늘에서 떨어졌어요. 성냥팔이 소녀는 할머니가 예전에 해주시던 말씀이 생각났어요.
‘누군가의 영혼이 하늘나라로 올라갈 때, 하늘에서 별똥별이 떨어진단다.’
성냥팔이 소녀는 할머니가 너무 보고 싶어서 갖고 있던 성냥을 모두 꺼내 불을 붙였어요. 커다란 불꽃 속에 할머니의 모습이 손에 잡힐 듯이 선명하게 보였어요.
“할머니!”
‘내 아가야, 많이 춥지? 가여운 내 아가…’
“할머니, 가지 마세요! 나도 할머니랑 같이 있을래요.”
할머니는 성냥팔이 소녀를 꼭 안아 주었어요.
성냥팔이 소녀는 더 이상 춥지도, 배고프지도 않았어요. 따뜻한 할머니의 품 속에 안겼으니까요. 그렇게 밤이 깊어갔어요.
다음날 아침, 사람들은 눈길 위에 쓰러져 있는 성냥팔이 소녀를 발견했어요.
그 옆에는 다 타버린 성냥개비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지요
“성냥불로 몸을 녹이려고 했나 봐요.”
“세상에! 이 어린 것이 가엽기도 해라.”
“내가 어제 성냥을 다 사줄 걸 그랬어. 쯧쯧..”
“얘야. 미안해. 흑흑…”
사람들은 눈물을 흘리며 안타까워했어요. 사람들은 자기들의 행동을 몹시 후회하고 깊이 반성했어요. 성냥팔이 소녀는 따뜻한 할머니의 품 속에서 많은 사랑을 받으며 반짝이는 작은 별이 되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