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랑 앞에서 끌게 엄닐랑 뒤에서 미세요.
한 밭 사십리길 쉬엄쉬엄 가셔요.
밀다가 지치시면 손만 얹고 오셔요.
걱정말고 오셔요. 발소리 만 내셔요.
엄니만 따라오면 힘이 절로 난대요.
마늘 팔고 갈 제면 콧노래도 부를께요.
형은 총을 들고 저는 손수레의 채를 잡고.
형이 올 때까지 구김없이 살아요.
엄닐랑 뒤에서 걸어만 오셔요.
절랑 앞에서 끌께요.
우리의 거센길을 밀고 끌고 가셔요.
♠ 정 훈 (丁薰)
호는 소정(素汀). 1911년 충남 대전 출생. 일본 메이지 대학 문과 수업. 1940년 시조 <머들령>으로 등단. 시집 <머들령> <파적> <산조> 등과 시조집 <벽오동> <꽃 시집>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