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사랑하지 않는 그대여
빈틈만 골라 얼굴을 내미는 그대여
입을 맞추듯이 나를 스친 그대여
날 알고 있겠지만 나는 다 몰라
음~~
나를 알지 못하는 그대여
다투던 꿈속에서 내게 손 흔드는 그대여
발을 떼듯이 말을 뱉는 그대여
미쳐가겠지만 화내지 마요.
흐린 하늘이 불안해서 굵은 빗소리를 막 덧씌울 때
선명해지는 건 그대의 옷자락
나를 사랑하지 않는 그대 옆에서
나를 쳐다보지 않는 그대여
무심히 딴청 피며 날 지켜보는 그대여
내게서 눈 돌리듯 고개를 돌리던 그대여
날 그리워하게 한다면 참 심술맞아
되게 간사하게도 되게 순순하게도
나타나줘 머뭇머뭇말고
마냥 불쌍하게도 혹은 침착하게도
애써 절제하고 나서도 너 풀리겠지
나를 다짐하지 않는 그대여
후줄구레한 나 맞추려고 굴어진 옷자락
내가 흠뻑 젖지 않으려고 몸을 펴줘
내겐 뭐라 안 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