엮음수심가 - 김광숙
아하~ 해 다 지고 저문 날인데
옥창앵도 (玉窓櫻桃)가 다 붉었구나
시호시호 (時呼時呼)는 부재래 (不再來)라
원정부지가 이 아니란 말가
송백수양 (松栢樹楊) 늘어진 가지 높다랗게 그네 매고
녹의홍상 미인들은 오락 가락이 추천을 하는데
우리나 벗님은 어디를 가고 단오 시절을 몰라를 주나
보면 간다고 아니 보며는 그리워 나 어이할까요
지척동방 (咫尺洞房)천리되어 바라보기 묘연하구나
인적 (人跡)이 끊혔으면 차라리 잊히거나
그 곳 아름다운 자태거동 (姿態擧動)
이목 (耳目)에 매양 (每樣) 어리어 있어
잊자하여도 못 잊겠구나
잠을 이루면 잊을까나 몽중에도 님의 생각
글을 보며는 잊을까 하여 사서삼경을 펼쳐놓고
시전 일편 (詩傳 一篇)을 외일 적에
관관저구 (關關雎鳩)는 재하지주 (在河之州)요
요조숙녀 (窈窕淑女)는 군자호구 (君子好逑)로구나
생각을 하니 님의 화용 (花容)이 그리워 나 어이할까요
아하~ 쳐다 보누나 모란봉이요
굽어 살피니 능라도 (綾羅島)로다
허리 굽고 늙은 노승 (老僧) 영명사로 감돌아 들고
을밀대상에 올라 서서 좌우산천을 바라보니
가지능 (箕子陵) 중에 뭇새들은 벗을 찾노라 다 날아 들고
대동강 상에 나는 백구는 청루벽상 (靑樓碧上)에 어리었구나
도화담수 (桃花潭水) 맑은 물은 흐르는 물 소리 뿐이로구나
능라도 수양버들 휘여를 잡고
가지를 말라고 생야단이로구나
생각을 하니 고향산천이 그리워 나 어이할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