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코>
약해진다. 맘이 약해진다. 동공이 탁해진다
정체성 없이 정체된 내 정체가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비로소 주제 파악이라는 걸 하게 됐어 (날 과대평가했어)
개코>
결론은 그거야 난 난놈이 아니었다는 거
사회란 조직에서 눈 밖에 난 놈이었다는 거
20대 객기와 열정은 객사한지 오래야
건진 건 쓸모 없는 아집과 약간의 노련함
사기도 몇 번 당하고 상처는 자주 덧나고
정주기는 겁나고 닳고 닳아보니깐 그냥
그런가 보다 하면서 방관하면서
모든 세상일에 딱 두발 정도 뒷걸음쳤어
최자>
난 많이 식었어 이젠 모든 게 미적지근해
조금만 무리해도 몸이 뻑적지근해
내 앞가림 하기도 머리가 지끈지끈해서
방관이라는 고약한 버릇이 몸에 뱄어
잘되던 일이 서로 욕심 땜에 꼬여서
의심들이 사실이 되가는 걸 지켜 보면서
난 자꾸 한걸음씩 물러서
말도 안 나오고 눈물만 흘러서
김C>
무뎌지는 나의 칼날 흐려지는 나의 신념
최자>
철없던 시절 내 꿈속에 난 이상이란 용을 잡는 기사
세상의 고민 다 떠맡은 숨은 우국지사
근데 눈 떠 보니까 난 현실이란
작은 집조차도 잘 관리 못하는 무능한 집사
점점 멀어져 가 내 꿈과 현실의 격차는 점점 벌어져가
삶이란 치열한 전투 속에 내 청춘은 죽었어
그 뜨거웠던 시간들을 추억속에 묻었어
개코>
뭐든 새로 시작하는 게 겁이나
내 꿈과 미래는 이 딴 식으로 접히나
영양가 없는 고민들은 내 시간을 폭식해
일상은 게으르고 쓸데없는 살만 붙어
유행감각은 예전보다 훨씬 무뎌
내 운엔 비극적이게도 하루 종일 묵념
입에다 풀칠이나 하며 살 수 있는 걸까
이러다 결혼이나 제대로 할 수 있는 걸까
김C>
무뎌지는 나의 칼날 흐려지는 나의 신념
김C>
느낄 수 있을만큼 빠르게 변해간다
세상은 이런 거라고 위로해보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다 서러움의 눈물
한 없이 흘러내린다 돌아오지 못할
강물처럼 흘러간다 다시 오지 않는
아름다운 나의 청춘
개코>
어릴 땐 뜬구름이라도 잡았었지만
지금은 책임감 먹구름이 되 추격하고 있다
너무 많이 세상을 알아버린 걸까
아니면 한 치도 헤아리지도 못한 걸까
감정은 메말라서 남들 다 흘리는 눈물도
몇 분을 쥐어짜야 눈꺼풀에 겨우 맺히고
최자>
날아갔어 무모한 객기도 넘치던 패기도
눈물처럼 증발했어 눈가에 주름만 세기고
무뎌지고 흐려져 난 때때로 구부러져
만만하면 세상이 무서워졌어
나 또한 우리네 아버지들처럼
흐르는 시간과의 싸움에서 졌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