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해 겨울은 몹시도 길었었지
두 평 남짓 작은 방에 홀로 앉아 참선할 때
늘어진 어깨 위를 억겁의 업보가 무거웁게 짓눌렀지
잡힐듯이 잡힐듯이 잡히지 않는 너는 진정 누구인가
그렇게도 나를 애태우는 너는 진정 누구인가
무엇을 찾으려고 무엇을 얻으려고
감옥 같은 작은 방에 이 몸을 가둬놓고
고뇌하며 시름하나
이런다고 부처되나
갈등고민 의심치심 모두모두 일어나네
그래도 참아내고 벽에 찍은 점 속에서
황소만한 그 놈이 나올 때 까지
예서 생명 다 바치리
올 봄은 몹시도 빨리 왔지
따스한 봄바람이 쪽문으로 스며와서 내 잠을 깨우니
정신이 번쩍 들어 이뭐꼬를 다시 찾네
정신집중 잘 되어서 화두삼매 들었구나
얼씨구나 좋다 했는데
어느새 과거의 좋고 나빴던 일들이
영화처럼 보이는 구나
행복했던가 괴로웠던가 즐거웠던가
다시 한 숨 내쉬면서 이뭐꼬를 다시 찾네
무엇을 찾으려고 무엇을 얻으려고
감옥 같은 작은 방에 이 내 몸을 가두었나
언젠가는 무애자재 걸림없는 참된 도를 얻으리라
낡은 벽에 찍어놓은 조그마한 흑점에서
황소만한 그물건이 분명하게 나오는 날
호탕하게 웃으면서 무문관을 나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