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하게 씻고 난 톰이 에드워드 왕자와 옷을 바꿔 입자, 누가 왕자고 누가 거지인지 알아 볼 수 없었어.
“우와, 진짜 똑같아. 하하하. 신 난다! 내가 바깥 구경할 동안, 네가 왕자 노릇 좀 하고 있어.”
에드워드는 왕자만이 가질 수 있는 특별한 칼을 성 안에 숨겼지. 그리고는 냉큼 성 밖으로 뛰어나갔어. 에드워드 왕자는 강에서 헤엄도 치고 맨발로 흙도 밟아봤어. 모든 게 너무 즐거웠지.
‘가끔 톰을 궁전으로 오라고 해야겠어. 이렇게 신 나게 놀 수 있다니!’
에드워드 왕자는 가끔씩 톰과 옷을 바꿔 입어 성 밖에서 놀 생각을 했지.
날이 저물어 왕자가 다시 궁전으로 들어가려 하자 성문지기가 왕자를 막았어.
“이 거지 녀석이 또 왔네! 저리 썩 꺼지지 못해? 너 때문에 낮에 왕자님께 혼났잖아!”
문지기들은 왕자를 성 밖으로 끌어냈지.
“난 에드워드 왕자다! 이 나라의 왕자라고!”
“저 녀석이 왕자님과 이야기 좀 했다고, 지가 왕자님이라도 된 줄 아나보지? 정신 나간 녀석 같으니라고.”
“가만두지 않겠어. 어서 문 열어! 난 에드워드 왕자라고!”
왕자가 소리쳤지만 문지기들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어. 거리로 쫓겨난 왕자는 사람들을 향해 말했어.
“난 이 나라의 왕자다. 날 성으로 데려다 줘!”
왕자 주위로 사람들이 모여들었어.
“저 거지가 왕자라는 군!”
“머리가 이상해 졌나봐. 불쌍하기도 하지…….”
“에이, 이 녀석아. 정신 차려!”
사람들은 왕자를 툭툭 치면서 정신 차리라고 야단을 쳤어.
‘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사람들이 아무도 믿지 않잖아.’
왕자는 점점 무서워졌어. 그때 험상궂게 생긴 남자가 왕자에게 다가와 큰소리로 외쳤어.
“톰, 여기서 뭐하는 거야? 어서 따라와!”
그 남자는 톰의 아버지였어. 에드워드 왕자가 놀란 눈으로 가만히 있자 또 외쳤어.
“이 놈이 어딜 돌아다니는 거야? 어서 따라오지 못해?”
톰의 아버지는 금방이라도 왕자를 때릴 것처럼 주먹을 높이 들었어.
‘아, 불쌍한 톰. 이렇게 무서운 아버지랑 살고 있었구나.’
톰의 집으로 온 에드워드 왕자는 눈살을 찌푸렸어. 집은 너무 좁았고 냄새도 아주 지독했지. 편안하게 앉을 의자도 보이지 않았어. 톰의 아버지는 왕자를 보며 게으른 녀석이라고 하더니 거실에 있던 의자에 털썩 앉았어. 왕자는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어.
드르렁드르렁
톰의 아버지는 금세 코를 골았어. 왕자는 톰의 아버지가 잠이 든 틈을 타서 겨우 달아났어. 어디로 가야할 지 모르는 왕자는 거리를 떠돌기 시작했어.
‘아, 거리의 생활이 이렇게 힘들 줄이야. 오늘은 아무것도 먹지 못했어. 날은 점점 추워지는데 큰일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