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생각해보면 너를 만나고 난후 함께했던 시간들 괜한 의미부여 일지 몰라도
그때가 내 일생에 있어 커다란 전환점이야
그로부터 벌써 몇 년 인건지 횟수로 여덣해가 넘는 동안에
아주 서서히 너를 보게 되는 의미도 달라졌는데
고3때인가 음악 한다고 연습실에서 밤새고 있을 때,
그냥 생각났다곤 전화 왔던 너한테 뜻밖의 편안함을 느꼈고,
20살의 서러운 재수생 내 홈피에 짤막한 인사말 남겨둔 거 하나
그게 얼마나 힘이 되었는지 몰라 날 지탱 해줬어
별로 웃기지 않는 농담 하나도 진지한 태도로 경청하다가
한참 뒤에나 세상 떠나갈듯 웃었던 순진한 너의 모습에 그만
뭐에 홀린 듯이 갑자기 사귀어 보자고 그랬었지,
그때부터 우린 어색해졌지
섣불렀었던 나의 고백에 첨엔 장난으로 받아 들였고
그 후 평소와 달리 말이 없어진 날 보며 너도 뒤늦게 대답했지
지금처럼만 좋게 지내자 그냥 친구 사이로만 지내자는
의외의 대답에 실망했지만
사실 그땐 나또한 아무것도 내세울 것 없던
그때서야 내 자신을 정확한 시선으로 돌이켜봤지
아무것 하나 제대로 이룬 것 없는 초라한 모습의 나..
남들보다도 늦게 입대해, 눈앞이 캄캄했던 군 생활 고된 일과 끝내고
침상에 누울 때 니 생각 하나로 잘 견뎌냈지
망쳐버린 면접시험 끝난 후 집에 돌아오는 길이 막막해
술을 한잔하다가 문득 니 생각나서 할 말 없이 전화를 걸었고
그토록 쌀쌀했던 그 새벽 서러워 주저앉았던 그 길가
단숨에 뛰어온 너를 보고 난 너무 고마워 눈물이 났어.
한참을 아무 말 없이 있어도 묵묵히 넌 그 자릴 지켰고
마냥 미안하다고 기대에 못 미친 나도 내가 한심 하다 했지
고개를 들 수 없었던 그날 밤 서러워 주저앉았던 그 길가
아무 말은 안 해도 그 자릴 지켜준 너의 모습에 용기가 났어...
가까이 곁에 있지는 못해도, 나의 여정 속에는 함께 있어
그게 너의 의미야, 너를 만난 건 흔치 않는 나의 행운이야
가까이 곁에 있지는 못해도, 나의 추억 속에는 함께 있어
그게 너의 의미야, 너를 만난 건 흔치 않는 나의 행운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