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었던 하루를 뒤로 집에 돌아오는 길
골목길 가로등불 내 빈 곳을 비추고
쓸쓸한 내 방 안에 홀로 덩그러니 모습
창 너머로 달 깊은 밤
하루 일을 마침. 추를 단 듯 무거워진 내 뒷 발꿈치 터벅터벅 걸음.
매일 봐도 낯설기만 한 이 도시, 가로등불 그림자는 늘었다 줄음.
급하게 탄 만원 버스 꽉 막힌 도로 꽉 찬 사람 마주앉음.
꽤 멋쩍음. 핸드폰만 열었다 닫음. 몇 분 후 다시 또 열어 뒤적거림.
저장된 전화번호엔 걸 곳 하나가 없어 다시 닫음.
떠밀리듯 내림. 정류장을 지남. 쓸쓸한 동네어귀 슬슬 맥주 생각이 남.
하지만 오늘 밤은 취한 체 잠들지 않을 거라 결심, 슈퍼를 지나침.
아무도 없는 집 불 꺼진 방 전등불 켜지는 소리만 울림.
아무런 소리나 들리면 좋겠다 켠 TV 채널만 돌려댐.
결국 못 견딤. 술 사러 다시 밖을 나섬.
힘들었던 하루를 뒤로 집에 돌아오는 길
골목길 가로등불 내 빈 곳을 비추고
쓸쓸한 내 방 안에 홀로 덩그러니 모습
창 너머로 달 깊은 밤
도통 떨어질 줄 모르는 감기 행여 가족과 통화에 들킬까 목소릴 가다듬음.
오늘 하루 넋두리 다 하소연 할라 쳐도 괜시리 걱정할까봐 괜찮다 전활 끊음.
그저 크게 웃고 싶어 어제 놓친 TV프로 틀어놓고 웃음소리 나올 때 마다 따라 웃음.
툭하면 터진 눈물은 베갯잇 위로 흩어짐. 취침 예약은 꼭 잠들기 전에 꺼짐.
이사 올 땐 작던 방 오늘따라 커 보임은 혼자라는 사실보다 어깨가 좁아졌을 뿐
잠들 때 마다 술로 지우는 불안함은 혼자 깬 아침보다 똑같은 내일이 무서울 뿐
잠이 오지 않아 뒤척거림. 수면 유도제 밤마다 끼고 살아. 그것도 요즘엔 잘 안 먹힘.
지난 사랑, 주변 사람, 멀어져 가는 관계, 불확실한 내 미래, 오늘도 밤을 지샘.
힘들었던 하루를 뒤로 집에 돌아오는 길
골목길 가로등불 내 빈 곳을 비추고
쓸쓸한 내 방 안에 홀로 덩그러니 모습
창 너머로 달 깊은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