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방 안에 움직임은
달빛 서린 시계 바늘
한 발 한 발 조심스레
옮기는 바닥 소리
오늘로 며칠 째 인지 몰라도
어김없이 또 찾아왔네
이젠 제법 익숙해진
새벽의 난투 슬로모션
사진 속 얼굴이
음흉하게 일그러지고
창으로 미끄러져 들어오는
널 맞이해 반가운 듯
짓는 그 미소
내겐 더 잔인해
벽으로 모는 널
온 몸으로 저항해봐도
굴복할 수 밖에 없는 걸
아는 내 눈은
black out
깜깜한 방
침대 위에 길게 헝클어진 머리
멍투성이 다리 위엔
두 날개 꺾인 나비
오늘은 새로운 걸 준비했어
어김없이 또 찾아와 줘
절체절명 히로인의
사투 끝 마지막 반전
사악한 숨소리
귓가 앞에 와서 맴돌고
창문을 열어 놓고
다가오는 널 맞이해
기다린 듯 반가운 미소
이젠 내 입가에
어제와 다른
나에 얼어버린 널 누르고
울면서 악쓰면서
너의 입을 막았지
black out
사악한 숨소리
귓가 앞에 와서 맴돌고
창문을 열어 놓고
다가오는 널 맞이해
기다린 듯 반가운 미소
이젠 내 입가에
어제와 다른 나에
얼어버린 널 누르고
울면서 악쓰면서
너의 입을 막았지
내 안에 남아있는
너의 잔상 다 지울게
머리에 박혀 있는
너의 사진 불태울게
내 몸이 기억하는
너의 체온 그리워도
여기서 너와 나는
끝난 거야 마지막
fade ou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