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감이 번져 가는 듯 하루씩 또렷해져
거꾸로 시간이 흐른 듯 오히려 선명해져
기억의 강을 건너면 잊을 수 있을 거란
헛된 믿음도 헛된 희망도 이젠 버렸어
침묵의 메아리 (그 속에 잠긴)
메마른 두 입술 (그 안에 담긴)
길었던 이야기만큼 허무했던 우리의 안녕
익숙함이 준 당연함 속에
우리 사랑은 야윈 달처럼 희미해져
진심이 아닌 모진 독설로
그리 서로를 아프게 했던 시절
자욱이 쌓인 무관심 속에
우리 사랑은 시든 꽃처럼 초라해져
얼마나 소중한 줄 모르고
쓸쓸히 바래진 너와 나의 계절
세월은 무섭게 흘러 모두 변해가지만
변하지 않는 단 한 가지만 분명해져 가
어설픈 방랑과 (낯설은 여정)
오랜 표류 끝에 (그 길의 끝에)
마지막 숨을 내쉬는 내 결론은 오직 한 사람
그래 아직도 난 꿈을 꿔
짙은 어둠이 걷힌 후엔
아침 햇살 위로
빛나던 그날의 너와 나
재연될 거야
되물어 봐도 늘 같은 해답
길을 잃어버린 듯 여전히 널 찾아 헤매
태어난 순간 혹 세상이 시작된 날부터
정해진 운명처럼 되돌려보자 다 제자리로
우리 더는 정답 아닌 길로 가지 말자
다시 막이 오르는 무대처럼
눈물 났던 영화의 속편처럼
결국 이뤄지는 두 주인공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