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신 (시인: 유안진)

유안진

♣ 書   信

-유안진  詩

이른 봄 날씨처럼
변덕스런 우리 사랑 끝엔
전신에 꽃 부스럼 돋아나는 발진으로
모진 신고를 견디어야 했습니다만

만약
그대와 내게 용기가 있어
여름날 장마처럼 오래오래 울더라도
여름 대낮 태양 같은 사랑을 했더라면
죽은 나뭇가지에도 잎은 우거지고
새들이 그 품에 깃들일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대와 내가
이성과 정열을 잘 다스려
가을 햇볕같이 성숙된 연정을 이어왔더라면
지금쯤
가을 이삭 같은 열매를
거두어들일 수 있었을 것입니다

임이며
어쩌다가 우리는
서로가 너무 강하고 몸만 도사리고
자제와 분별로 싸늘히 식히고 식힌 나머지
소한 대한 추위를 불러오고 말아
얼음장 두꺼운 가슴 바닥에
실낱같이 흐르는 그리움 한 줄기로
삼동三冬을 어리석게 살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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