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리
흥보가 삼문간을 당도허니 방울이 떨렁 사령이 예이 야단났제 흥보가 기가 맥혀 "아이고 내가 산채로 염라대왕을 찾어 왔나보다” 흥보가 삼문궁기를 가만히 들여다 보니 왠놈들이 너댓장판이나 엎어져 두들겨 맞거늘 흥보 숫헌 마음에 저 사람들도 자기 모양으로 돈 벌러온 줄 알고 "앗따 고놈들 고생은 헌다마는 돈수여러 백냥 번다 나도 볼기 까고 옆져 볼까” 삼문 간에 볼기 까고 엎져 놓니 엊그제 들어온 필마 사령 하나가 충충충 나와보니 웬 놈이 볼기 까고 엎졌거늘 허허 제기 붙을 병영 배판중 보기전 보는 놈이 생겼구 나 그러
고 있을 적의 사령들이 쏟아져 나와보니 그 중에 흥보 아는 사령하나가 있던가 보더라 "아니 당신 박 생원 아니시오"
"알아 맞췄구먼" "당신 곯았소" "곯다니 아 달걀이 곯지 사람이 골아?” “아까 박생원 대신이라고 와서 곤장 열대 맞고 돈 설흔냥 받어 가지고 벌써 떠났고 흥보가 기가 맥혀 아이고 그 놈이 어떻게 생겼든가" "키가 짝달막하니 모구눈 주걱턱에 쥐털 수염 거사리고 빈대 코 발심 발심 허면서 그놈 당차고 매 잘 맞습디다"
창조
흥보가 이 말을 듣더니 어젯밤 우리 마누라가 가지요 못 가지요 밤새도록 울드니 옆집 꾀쇠비란 놈이 발등 걸이 피였구나
중모리
번수네들 그리헌가 나는 가네 나는 가네 수번이나 평안히 하소 내 집이라 들어가면 엿 달라고 우는 놈은 떡 사다 주마고 달래이고 떡 달라고 우는 놈은 밥해 주마고 달랬는디 돈이 있어야 말을 허이 그렁저렁 당도허니
아니리
흥보 마누래가 막내를 업고 흥보 오난 것을 바라보며 우지 마라 너의 아버지 돈 많이 벌어 가지고 온다 흥보가 당도커날 "아이구 여보 영감 얼마나 맞았오 어디 맞았으면 장처나 좀 봅시다” “장처고 여편네 죽은 것이고 날 건드리지 말어 요망헌 계집이 밤새도록 가지요 못 가지요 방정을 떨더니 아 우는 것을 옆집 꾀수 애비란 놈이 알았는 갑서” 그놈이 발등걸이 해버려 갖고 내가 옆 전 한푼 못 벌고 매 한 대 맞았으면 인사불성 쇠 아들 놈이제
중중모리
흥보 마누래 졸아라 흥보 마누래 좋아라 얼씨구나 절시구 영감이 엊그저께 병영 길을 떠날 때 부디 매를 맞지 말고 무사히 돌아오시라 하나님 전에 빌었더니 매 아니 맞고 돌아오시니 어쪄 아니 즐거운가. 얼씨구나 절씨구 옷을 헐벗어도 나는 좋고 굶어 죽어도 나는 좋네 얼씨구나 절씨구 어허허어 어어 어 얼씨구 얼씨구 얼씨구 절씨구
아니리
흥보도 좋아라고 절굿대 춤을 한 번 추었것다 "여보 영감 그런 허황된 생각 제발 믿지 좀 말고 건너 마을 시숙님 댁에 건너가서 죽게된 사정을 여쭈오면 다소 전곡간이나 줄 것 아니요 좀 건너가 보실라요?” “내가 만일 건너 갔다가 쌀을 주면 좋지만 그 보리를 주면 어쩌나" “여보 영감 없는 살림에 보리라도 많이만 주면 좋지요” “아 이 사람아 먹는 보리 말고 몽둥이 보리 말이여" “형제간에 윤기가 있는듸 그런 리가 없으니 좀 건너가 보시지요" 흥보가 치장을 채리고 저의 형님 댁을 건너가는듸
자진모리
흥보가 건너간다 흥보가 건너간다 흥보 치레를 볼작시면 철대 떨어진 헌 파립 버릿줄 총총 매어 조새 갓끈을 달아서 떨어진 헌 망건 밥풀판자 종이 당줄 두통 나게 졸라매고 떨어지 헌 도포 실띠로 총총 이어 고푼 배 눌러 띠고 한 손에다가 곱돌조대를 들고 또 한 손에다가는 떨어진 부채 들고 서리 아침 찬바람에 옆걸음 쳐 손을 불며 이리저리 건너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