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10.05.

음악도시

그 남자...♂

술 취해 정신없이 자다 깬 새벽...
속은 쓰리고... 멍한 채 또 담배를 찾게 되고...
불도 붙이지 않은 담배를 물고서 한참을 있다가 물을 마시려 몸을 일으켜 보면...
휘청~ 중심도 못 잡는 두 다리에... 거울에 비치는 건 벌겋게 충혈된 눈동자...
담배, 술... 다 마음만 먹으면 끊을 수 있는 거라고 생각했고, 중독되는 건 어리석은 인간들이나 하는 짓이라고 생각했는데...
요즘 보니까 내가 바로 그런 어리석은 인간이다...
중독은 그런 거니까...
내가 찾는 게 거기엔 없다는 걸 다 알면서도 놓지 못하고 매달리는 거니까...
이젠 니 마음에 내가 없을 텐데... 다시 너를 찾아도 넌 니가 아닐 텐데...
니 얼굴 한번 보고 나면 맨 정신으로 잠들기가 이렇게 어렵네...
오늘 니가 조금만 덜 행복해 보였으면 내 기분이 좀 났을까...?
그런 너 앞에서 니가 그렇게 싫어하던 담배... 유치하게 보란 듯이 피워대고...
이렇게 속 쓰린 새벽을 맞는 일이 없었을까...?

그 여자...♀

집에 돌아와서야 알았어요...
내 머리카락에, 내 옷에 이렇게 냄새가 베어 있었구나...
역겨울 정도로 짙은 담배 냄새, 술 냄새...
담배 연기... 모르는 사람의 것이라면 그저 짜증스럽죠... 얼굴 찡그리게 되고...
만일 그 담배 연기가 아는 사람의 것이라면 때론 참아주고, 때론 저쪽으로 치워달라 부탁을 할테고...
만약 그것이 좋아하는 사람의 것이라면 많이 속상해 하며 어쩜 조심조심 사정을 하겠죠...?
"담배 끊으면 안되? 알았어... 끊으란 이야기 안 할게... 대신 나한테 연기 다 뿜어도 되니까 깊이 들이마시지는 마~"
그런데 그 담배 연기가 지금처럼 내가 사랑했었던 사람... 내가 먼저 사랑하지 않게 된 그 사람의 것일 땐... 그거 내가 다 받아줘야 할 거 같네요...
이 연기보다 더 지독하고, 이 냄새보다 더 고약한 원망을 그 사람은 지난 두달 혼자 감당했을 테니까...
이제 우리는 피우지 말라, 마시지 말라 말할 수는 없는 사이...
그러니 난 지금의 이 냄새들을 그저 참아줘야 하는 거네요...
그냥 아는 사람... 그냥 좀 불편한 사람의 담배 연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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