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권혁

쇠만 주무르며 칠십 평생 살아온 내게  오늘 같은 일 처음이지 손닿는 모든 쇠붙이 툭 툭  나무 인냥 동강났지 났지 활틀처럼 휘어졌지  졌지 가랑잎처럼 동강나고 말았지 모든 무쇠가 쓸데없어 졌네 무얼 만드는데 그러는 가  대단한 무얼 만드는 가 귀한 집 쓰일 포도나무 장식된 화로인가  귀한 집 쓰일 사자 문고리 매달린 철분인가  귀한 집 쓰일 비밀 열쇠 숨겨진 돈궤인가 아 행여나 화로이면 좋겠으이  차라리 철문이면 애당초 돈궤라면 좋겠으이 이 사람 그것이 뭔가 뭔가 대단한 그것이 뭔가 뭔가 내게 무쇠를 주물러 성안 모든 길 만들라면 못 할까봐  내게 무쇠를 주물러 성안 모든 집 지으라면 못 할까봐  내일 해뜨기 전 마들 것 겨우 쇠못 아홉 개 쇠못 아홉 개  우습지 않은가 쇠못 아홉 개 거인처럼 웅크린 캄캄한 언덕은 한발 내디딘다면  한 발 짝뒤로 물러났네  온 몸 땀에 젖고 눈 앞 아득했어  아홉 개 쇠못 마저 천근 인냥 눌렁 댔어  그래 보았는가 그들을 대체 무슨 짓을 했다던가  여우처럼 교활하고 맹수처럼 사나운 자 분명할 거야  암 그렇지 난 모르겠으이  몸 안 좋아 기분 안 좋아 아마 아프려나봐  그러지말고 말해 보게나 그들이 울던가 소리치던가  원망하며 저주하던가  못 들었는 걸 아니 아니 들은 것 같아 그래 맞아  세 사람 중 가운데 사내가 누군가에게 이렇게 말했다네  저들을 저들을 저들을 용서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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