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녀는 배가 불룩했습니다 -
- 전영경 시
섭씨 0도
해빙 봄 초원 꽃 나비 나비가 있어
봄은 더욱 좋았습니다.
라일락 무성한 그늘 밑에
오월은 있었습니다.
소녀가 붉으스런 얼굴을 가리우며 아니나 다를까
계절을 매혹했습니다.
솟구친 녹음을 헤쳐 소녀는
난맥을 이루었습니다.
라일락 무성한 꽃가루 속에 묻혀 나비는
바다를 잊었습니다.
바다
몇번인가 파도가
소녀의 유방을 스쳤습니다. 이방인처럼
소녀는 붉으스런 보조개에 부끄러움을 가리우는걸랑
필시 계절을 잉태했는가 봅니다.
섭씨 0도
그 어느날 나비는 학살을 당했습니다.
슬펐습니다.
소녀는 엽서와 더불어 목놓았습니다.
실컷 울었습니다.
병든 잎을 지우며 구구구구 비둘기 날으던 날
소녀는 배가 불룩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