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년 여름 반바지차림으로 우체국 앞에 서서
나는 같은 반 친구를 기다리고 있었네
사람들이 줄을 서서 버스를 타던 해
내겐 체코와 인도네시아 우표가 있었네
88년 여름 노란색 방학책 속의 나비를 찾아
푸른색 수풀 속을 헤매 돌아다니다
햇볕이 뜨거워 얼굴은 검게 타고
벌레물린 종아리는 붉게 부었네
머리 위로 지나가는 비행기 하나
창틀 새로 지나가는 비행기 하나
손가락 사진기 속에 담아놓으며
백장을 모아 소원을 이룬다 했던 88년의 여름
88년에는 펀드매니저도 웹마스터도 없었기에
내가 열살 때 꿈은 수위 아저씨였었지
내 친구는 소방관이 장래 희망이었는데
그게 안되면 대통령이 될 거라 했지
머리 위로 지나가는 비행기 하나
창틀 새로 지나가는 비행기 하나
손가락 사진기 속에 담아놓으며
백장을 모아 소원을 이룬다 했던 88년의 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