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춥고 어두워 한동안
네가 머물던 이 곳은
이제 멍이들고
병들어 버렸어 폐허라는
말이 어울려
맑고 푸른 하늘과 밝은 햇빛의
따뜻함 그건 네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세상이었다는 걸
난 깨닫는다
아름답게 빛나는 추억이야 세월이
지나가면 흐려진다는 핑계 뒤에
숨겨놓은 후회와 자책
마지막 남은 자존심이라는 방패로
밀려오는 그리움을 막아보지만
가슴을 후비는 아픔을 애써
참아보지만 무너진다 처참하게
깨지고 부서진다
힘없이 쓰러진다
잔인하게 몰아치는 비바람이
그렇듯 날 괴롭히는 선명하고
뚜렷한 네 흔적들
환하게 웃는 네 얼굴이 불현듯
떠오를 때 마다 버릇처럼
걸리는 불면증
슬픔에 오염돼 그 본연의 산뜻함을
잃어버린 내 표정에
자연스럽게 묻어나는 네가 없는
삶에 대한 고단함과 불편함
꿈일까 날 놀래키려 준비한 장난이
아닐까 정말 넌 돌아오는 중일까
지금 넌 어디쯤일까
좌절 절망 분노 원망 모든게
끝나고 난 뒤에 찾아오는 서운함
이대로 넌 괜찮은 걸까
왜 넌 비겁하게 이겨내지 못 한
권태를 인연이라는 말로 포장해
결국 너도 네가 미워하고 저주하던
널 버리고 떠났던 사람들과 똑같애
난 왜 못 알아 봤을까 충분히 다
주지 못 해 미안함 뿐인 마음과
널 걱정하고 동정하는 일의 끝에
남는 건 비참함 뿐인데
넌 얼마나 괴롭고 아플까
또 어리석게 발걸음을 멈추고
되돌아봐 혹시나 지금이라도
되돌아 간다면
네가 날 기다리고 있을까 미련하게
기대하고 또 믿는다
난 분명히 변화가 없는 무미
건조한 아침을 맞이하며 구겨진
표정으로 물어보겠지
모두 다 내 탓일까 아니면
행복했던 날들에 대한 대가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