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 둘 셋 넷
내가 지금부터 하는 얘기들은
누군가를 비웃거나 놀리기 위한 수단이 아닌게 아니야
맞아, 조롱하는거지
그리고 그것이 지금 너의 얘기가 될수도 있단 걸 너는 알아야 할 거야
지금 바로 들려줄게
하루는 친구랑 밥을 먹으려고 약속장소에 나가는 길이었어
오랜만에 만난 친구 놈은 잘빠진 BMW에 몸을 기대고 기다리고 있더라고
분명 지지난달까지 방세도 제대로 못내던 놈이 말이야
그놈은 날 보자마자 슬쩍 내 차를 곁눈질하고는 고개를 저었어
아반떼 몰고 다니면 백날 들이대도 여자 하나 못만난다나 뭐라나
그러니까 얼른 차를 바꾸라고 하는거야
근데 내가 무슨 돈이 있겠어? 먹고 살기도 힘든데
그랬더니 이 자식이 요즘은 전액 할부로 다 구매할 수 있으니까
초기 자본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대
한달 5~60만원 나가는거 그걸 못내겠냐고 하면서 말이야
분명 이 놈이 못내던 방세는 30만원이었는데 말이지
어쨌든 그러면서 자기 차 자랑을 늘어놓는데 신품 풀옵션하면 6000가까이 가는 차라더라고
아, 물론 이 놈 차는 기본옵션만 붙어있어
넘어가서 주위 사람들이 자기를 보는 시선 자체가 바뀌기 때문에
무언가를 할때 엄청 자신있게 할 수 있어서 성공률도 올라간다는 거야
뭐 얼핏 들으면 다 맞는 말 같기는 했어
바로 이 자식이 나에게 '야 밥은 니가 사라' 라고 하기 전까진 말이지
내가 지금부터 하는 얘기들은
누군가를 비웃거나 놀리기 위한 수단이 아닌게 아니야
맞아, 조롱하는거지
그리고 그것이 지금 너의 얘기가 될수도 있단 걸 너는 알아야 할 거야
다음 얘기 들려줄게
언제나 돌아오는 새해 첫날, 언제나 나는 케케묵은 다짐을 하곤 했지
뭔지 알겠지? 뻔하잖아? 바로 바디 디자인이지
그래서 헬스장을 등록한거야
근데 설명해주던 트레이너가 엄청 친절하게 이만큼 해서 PT를 끊으면
얼마를 추가해주고 얼마를 할인해주고 해서 엄청 싸게 할 수 있다고
아주 살갑게 대해주는 거 아니겠어?
뭐 절대적인 금액 자체가 비싸긴 하지만, 어쨌든 할인도 된다고 하고
친절해 보이긴 하니까 그냥 알겠다고 하고 바로 등록 해버렸지
근데 운동 가르쳐주기는 깔짝깔짝 한번 보여주고는
이제 다 하시겠죠~? 자 해봅시다~
흔나~ 듈~ 스엣~ 느엣~ 흔나~ 듈~
이것만 내내도록 하는거야
그러고는 예쁜 회원 하나가 딱 들어오면 얼굴에 화색이 돌면서
회원님~ 잠시만 혼자 하고 계세요~ 이러고 싹 가버린다?
딱봐도 여자 회원은 슬슬 피하려는 것 같은데 눈치는 근육만큼도 없는지
끈덕지게 달라붙더라고
난 그동안 혼자 하고 있고 말이야
그렇게 시간은 다가버리고 끝에서나 와가지고
몸 풀어드릴게요~ 누우세요~
하고는 폼롤러로 대충 그냥 스윽스윽 누르기만 하는거야
그러고는 지가 어어엄청 뿌듯한 표정으로 일어나고는
휙하고 사라져버린다?
한거라곤 흔나~ 듈~ 하고 마사지 뿐인데 말이지
내가 지금부터 하는 얘기들은
누군가를 비웃거나 놀리기 위한 수단이 아닌게 아니야
맞아, 조롱하는거지
그리고 그것이 지금 너의 얘기가 될수도 있단 걸 너는 알아야 할 거야
마지막 얘기 들려줄게
요즘 그런 생각이 들어
명예 경력 연륜 능력 등등 그 사람을 사회의 벼슬아치로 만드는
여러가지 무기들이 있잖아?
근데 최근에는 거기에 문신도 들어가는 것 같다고 말이야
어떠한 지력도 성실함도 가지지 못하는 일종의 둔재들이
몸에 그림만 조금 그렸다하면은 갑자기 세상에서 가장 우월한 족속들이 되는
그러한 장면들을 수없이 많이 목격하지 않아?
어제는 이런 일이 있었어
공식처럼 팔뚝을 드러낸 딱 맞는 반팔 티셔츠와
금빛 지퍼가 달린 시꺼먼 클러치백을 든 일명 문신돼지가
옆에는 얄쌍한 강남형 여인네와 함께 길을 틀어막고는 되도않는 셀카를 찍고 있더라구
사람들이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면서 겨우겨우 지나쳐가도
천상천하 유아독존을 몸소 실천하며 아무도 안보이는 것처럼
자기들만의 세상을 살고 있는거야
그러다가 진짜 누가봐도 격투 쪽의 운동을 했을것만 같은
슬림한 근육질의 다부진 청년이 다가와서 좀 비켜달라고 하니까
지금까지 아무도 신경 안쓰던 표면건달은 어디가고
아래위로 슬쩍 슬쩍 그 청년을 흘겨본다음에
조용히 그 자리를 벗어나는거야
그러면서도 그 망할놈에 가오는 버릴수가 없었는지
성형권 여인네한테 ‘아~ 오빠가~ 이기지~ 오빠 상현이 형님이랑도 친하니까 다 해결돼~’
이렇게 자그마히 중얼거리는 걸 잊질 않더라고
내가 지금부터 하는 얘기들은
누군가를 비웃거나 놀리기 위한 수단이 아닌게 아니야
맞아, 조롱하는거지
그리고 그것이 지금 너의 얘기가 될수도 있단 걸 너는 알아야 할 거야
잘 기억해 두도록 하라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