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그 자리가 아파
너 내 곁에 머물러
해 걸린 나무 아래
붉은 장미 가시로 자라
또 그 자리가 아파
너 까맣게 시들던
그늘진 담장 아래
고개 숙인 난 상처투성이
달빛도 별빛도 찬 바람도
성글게 흩어진 세월도
비워라 다 아물지 못해도
너의 자리에 넌 또다시
아프게 흘러간다
파랗게 빨갛게 흘러
나는 아픈 줄도 모르고
또 너를 기다려
돌 같은 사랑이라
달빛도 별빛도 찬 바람도
무디게 거칠어진 세월도
비워라 아물지 못해도
여기 같은 자리에 깊게
널 새긴다
아프게 흘러간다
파랗게 빨갛게 흘러
나는 아파도 아무리 아파도
니가 다시 돌아오는
기적을 조각한다
다시 돌아와
파랗게 빨갛게 흘러
나는 아픈 줄도 모르고
너를 조각한다
가시꽃 흩날리니
빨갛게 새겨진 발등 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