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레메디오스>
이제 난 이 세상 위에 있는 건 사랑할 수 없을 것 같아
세상 모든 아름다운 것들의 비유였던 네가 없으니
마지막 순간까지 붙들어 두고 싶었던
단 하나의 희망 이토록 부질없어도
후회는 하지 않아 너라는 두레박을 타고서
사랑이라는 깊은 샘물을 맛보았으니
다시 널 만나 사랑할 수만 있다면
평생 맨살로 땅위를 기어다녀야 한대도
아무 걱정 없이 널 사랑할 수만 있다면
불개미들이 내 살을 뜯어먹는대도
기꺼이 내 몸을 그들에게 내어 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