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라 간다 막지마라 간다
등때기에 씨앗 큰 자루를 메고
어메 가슴팍 같이 허물어진 동상
울며 다리절며 헬기편대 미친 바람속
깨절은 모자 차양너머 붉은 해가 뜨고
철조망 안에 성조기도 불안하게 나부낀다
막지마라 간다 다만 호미 하나뿐
고리 피한 양심들 심으러 간다
개망초가 피오 할미꽃이 피오
창포 원추리 민들레 엉겅퀴 풀밭도 저편
오이 넝쿨 하나도 넘어 갈 수 없는
금단의 높은 철조망에 걸려 넘어지며
흙투성이 고무신을 조각과 이랑에 두고
빼앗긴 땅 긴긴 활주로 깨진 틈새를 찾아
막지마라 간다 다만 씨앗 한자루뿐
너희 귀한 양식을 심으러간다
막지마라 간다 다만 호미 하나뿐
우리 귀한 양식을 심으러 간다
너희 귀한 양식을 심으러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