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밞는 소리

임석재

15. 밭밟는 소리

1964년 7월 16일 / 제주도 북제주군 조천면 함덕리
원길연, 남 약 40세

제주도는 화산재로 덮혀있는 섬이어서 흙의 물기가 부족합니다. 바람이 불면 흙이 날라가기 쉬운데 흙이 날라가면 심은 곡물종자도 날라가고 또 날라가지 않는다 해도 뿌리내리기가 어렵습니다. 설사 뿌리를 내렸다고 해도 성장이 잘 되지를 않는답니다. 그래서 제주도에서는 씨를 뿌린 다음에 단단히 다지는 작업을 하는데 이 작업을 밭밟기라고 하고 이 때 부르는 노래를 밭밟기 소리라고 합니다.
제주도는 벼나 보리가 별로 없고 조농사를 많이 합니다. 좁씨가 날라가지 않도록 조밭에 말을 몰아넣어 밟게 하는데 여러 사람이 말을 따라다니면서 조종을 하게 되지요. 한 사람이 앞소리를 내면 여러 사람들이 뒷소리를 받습니다. 가사는 상황에 따라 말에게 하는 말로 되어 있고 뒤소리는 ‘에에에헤이에라 에라이이이헤헤라’, ‘어라라에에헤이요으으어리’, ‘어려려려령 어려려 돌돌돌’ 등의 말모는 소리를 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아무 내용 없이 그저 ‘어려려려 어허허허잇 어려어엉어려어허어영 어헝어허 어엉허어허어엉 어어어어하량 하아아아랑’ 하면서 말을 몰기도 합니다. 6월 뙤약볕 아래 말을 따라 뛰면서 효율적으로 밟게 하는 일은 생각보다 어려워 중노동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소리를 하면서 스스로 기운을 내어 말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말을 부리는 주체적인 입장을 유지하는 기능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노래를 하신 원길연씨는 장님이었는데 아주 가엽게 살고 있었습니다. 너무 마음이 아파서 나이를 못 물어 봤어요. 한마흔쯤 되어 보였습니다.

월월 월월을월월 월월월을을
명사십리 해당화야 꽃이 진다 설워마라
월월 월월월월 월 월월월월월월을
워러러러러라... 워러러러... 와와와...
월월오호월월 월월월월오호 월월월 을을
이여아 이말 월월 와 워 오로로로…
월월어 와 월월월 허월 로로 어월월 어허
“저 몽둥이 가주오라 회초리”
월월월 허 워 러러라라 월월오호 월월월
“참 집이 가그네 굿판이랑 개까끄므라 개... 차먹이멍 덜...”
월훨 월 어훨 월월월 월월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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