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귀찮아
시간은 여섯 시
아침 아니고 저녁
슬슬 일어나야지
우선 폰이나 좀 볼까
다 귀찮아
하고 싶은 게 없어
친구를 만나고 싶어
그런데 돈이 없어
나는 돈이 없는데
친구들은 시간이 없어
뭐 시답지 않은 일 하면서
바쁜 척들이야
뭐 한 달에 이백쯤 번다던데
그런 일을 왜 해
노동의 가치가 없는데
자기 몸만 상하지
집에 아무도 없나
빨리 나가서 뽀글이나
만들어 와야겠다
집의 공기가 무거워
날 왜 그렇게 보는지
눈빛이 무서워
내가 뭐 잘못한 것도 아니고
어정쩡한 일보다
백수가 낫지
노동의 가치가 없는데
요즘에는 일자리가
어떤 게 있나
택배 상하차 이런 건
못 배운 애들이나 하는 거지
현장 생산직 이런 건
고졸 애들이나 하는 거지
뭐 일자리도 없네
내가 너무 유능하다니깐
4년제 졸업한
인재야 인재
지잡대긴 하지만
시간은 여섯 시
저녁 아니고 아침
폰이나 보며 지샌 새벽
창밖에서 사람들 소리가 들려
아침 일찍 출근하는 사람들
친구들은 벌써 취직해서
집도 사고
결혼도 하고
애까지 낳는데
나는 뭐 하고 있지
울적하다
나는 왜 아직도
방구석인 거야
이제 물불 가리지 않아
뭐든 할 거야
아 귀찮아
시간은 여섯 시
아침 아니고 저녁
슬슬 일어나야지
우선 폰이나 좀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