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오일장 열리면
밤새 다듬은 나물 보따리
희망 보따리 이고
콩나물 시루 같은 새벽 첫차를 타신 엄마
일년 같은 하루를 보낼 때쯤
어둠을 이고 타박 타박 엄마가 오신다
두세 해 터울로 황무지에 왁자 하게 쏟아 놓은
꼬물꼬물 육남매
그것들을 위해 출발할 때보다
더 무거운 보따리 이고
보름달 같은 엄마가 마당 위로 떠오르면
엄마보다 보따리 속이 미칠 듯 궁금한
반짝이는 눈망울 열두 개
이윽고 엄마가 보따리를 풀면
빈가를 가득 채우는 별들의 웃음소리
아, 그 시절 몸살나게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