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리던 날
우리는 소복하게 앉아
서로의 얼굴의 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우리는 너무 약했고
마지못한 두려움에
손을 들이밀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서로의 겹을
하나
둘
세고 있었다
지나고나면
그 어떤 용기가 우리를
따스하게 할퀴고
단단하게 오르고
또
오르려니
이제 나는
오롯이 소복하게 앉아
실날같은 회상하면
얼굴도 겹도
잊었던가 잊었던가
내리던 날
우리는 소복하게 앉아
서로의 얼굴의 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우리는 너무 약했고
마지못한 두려움에
손을 들이밀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