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한 잔 딱 걸치고
집에 와선 커피로
정신 차리고 미뤄 왔던 일들 마치고
예전 같지 않은 피부
뭘 발라도 소용없고
다 그렇단 친구의 위로
알아들었지만 모른척해
영화 처럼 사는 걸
바란 것은 아니었지만
저물어가는 태양이
외로워 보이는 난
여전히 혼자인 것과
적당히 따분한 일상
보내고 있어
올해도 이렇게
웃어도 되고 울어도 되는
세상에 나는 살지 못했어요
물어보지도 않았던 것을
대답할 필요 없었던 난 뒤로
도망갔죠
저 멀리 저 멀리 저 멀리
서서히 서서히 서서히 뒷걸음쳤죠
여전히 여전히 여전히 두려운 게 많아서
도전하는 것조차 어려워
새벽에 홀로 깨어
달빛 아래서 어제의 나를 돌아봐
아슬아슬했던 외줄 타기
너는 삶이 즐겁냐는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한 것에 대한 왠지 진 것 같은 기분
실은 그럴듯해 보이는 내가
되기만을 바랐던 수많았던 시간
No pain no gain again
빈손으로 왔다가는 와중에
뭐 그렇게 얻기를 바라
반짝이는 건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좋은데
힘든 순간에 무너져버릴 수 있는 자유에
나의 젊음을 담근 채
시원하게 눈을 감고 스르르 녹네
웃어도 되고 울어도 되는
세상에 나는 살지 못했어요
물어보지도 않았던 것을
대답할 필요 없었던 난 뒤로
도망갔죠
불안한 내일에도 웃음을 잃지 않고
자 툭툭 털고, 주춤거리지 말고 나아가
떠나간 것들에 고마움을 담은 기도
다 잘 될 거야 너도 나도
내일의 태양이 뜰 때까지
나 끝까지 갈래 어둠을 비추며
겨울이 가면 봄이 오듯이
반드시 난 믿어,
움츠린 날개를 펴고 날아갈래
저 멀리 저 멀리 저 멀리
서서히 서서히 서서히 가보지 못한 곳
여전히 여전히 여전히 배울 것이 많아서
오늘도 참 고마워 이 하루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