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칠월 - 박상옥
육칠월 흐린 날 삿갓쓰고 도롱이 입고
곰뱅이 물고 잠뱅이 입고 낫 갈아 차고
큰 가래 매고 호미 들고 채쭉 들고
수수탕 잎 뚝 제쳐 머리를 질끈 동이고
검은 암소 고삐를 툭 제쳐
이랴 어디야 낄낄 소 몰아 가는
노랑 대가리 더벅머리 아희 놈
게 좀 섰거라 말 물어보자
저접 때 오뉴월 장마에 저기 저 웅뎅이
너개지고 (옆으로 움푹 패고) 숲을 져서
고기가 수북 많이 모였으니
네 종기 종다래끼 자나 굵으나 굵으나 자나
함부로 주엄 주섬 얼른 냉큼 수이 빨리 잡아 내어
네 다래끼에 가득이 수북이 많이 눌러담아
짚을 추려 마개하고 양끝 질끈동여
네 쇠등에 얹어줄게 지날 영로에 (지나는 길에)
우리 임 집 갖다주고 전갈 (傳喝)하되
마침 때를 맞춰 청 (靑)파 애호박에
후추 생 곁들여서 매움 삼삼 달콤하게
지져 달라고 전 (傳)하여 주렴
우리도 사주팔자 (四柱八字) 기박 (奇薄)하여
남의 집 머슴 사는 고로
새벽이면 쇠물 (쇠죽)을 하고
아침이면 먼 산 나무 두 세번하고
낮이면 농사하고 초저녁이면 새끼를 꼬고
정밤중이면 국문자 (國文字)나 뜯어 보고
한 달에 술 담배 곁들여
수백번 먹는 몸둥이라 전할지 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