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화 상
-윤 동 주 시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 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읍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읍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