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창: (아니리) 춘향모 이 말을 듣더니 정색으로 말을 허는 듸.
춘향모: (엇중몰이) 회동 성참판 영감께옵서 남원 부사로 계실 적에 일색 명기 다 버리고 나를 수청케 하옵기로 부사또 모시기로 저 아이를 아니 낳소? 어려서 잔병이 그다지 많허기로 다려간다고 하옵더니 그 사또 돌아가신 후에 내 홀로 길러 내어 칠세부터 달통허니 삼강행실을 평생의 예로 삼더니 재상가는 부당허고 사서인은 부족하여 상하불급에 혼인이 늦어가와 주야 걱정은 되오나 도련님 허신 말씀 장정의 말씀이니 그런 말슴 말으시고 잠간 노시다가나 가옵소서.
이도령: (아니리) 불충 불효허기 전에는 내 죽어도 잊지 않을 테니 어서 허락하여 주소.
도 창: (아니리) 춘향모 생각허니 간밤에 몽조가 있었든지라 이면에 허락하였구나.
춘향모: (아니리) 얘 향단아. 술 부어 도련님 전 올려라.
이도령: (아니리) 이 술은 경사주니 장모가 먼저 잡수시오.
춘향모: (중몰이) 세월도 유수 같다. 무남독녀 너 하나를 금옥같이 길러내어, 봉황 같은 짝을 지어 육례 갖추어 여의자고 허였더니, 오늘밤 이 사정이 피할 길이 전혀 없으니 이게 모두 니 팔자라. 수원수구를 어찌 하리? 너의 부친 없는 탓이로구나. 칠십 당년 늙은 몸을 평생 의탁헐까 하였더니, 허망히 이리 되니 삼종지의 중한 법을 쫓자 허면 내 신세를 어쩔거나?
이도령: (잦은 중몰이) 여보 장모, 염려 마오. 천장지구에 해고삭란이요, 천지신명이 공증차맹이니, 그런 염려는 마시오.
도 창: (아니리) 춘향모 술잔 받어들고, 도련님도 이삼배 자셔노니 취흥이 도도할 제 알심있는 춘향모가 향단이 불러서 자리 포진시켜 놓고, 향단이 다리고 건넌방으로 건너가고, 춘향과 도련님과 단둘이 앉었으니 그일이 어찌 될 일이냐! 이 날 밤 정담이야 서불진혜요, 언불진혜로다. 하루 가고, 이틀 가고, 오륙일이 넘어가니, 나 어린 사람들이 부끄럼은 휠씬 멀리 가고 정만 담쑥 들어 하루는 서로 안고 둥굴여 사랑가로 노니는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