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등을 들고 새벽 논길을
자전거를 타고 달려간다네
읍내 철물점 김씨 아저씨
강물에 빠져 죽어버렸네
난간 없는 다리 건너가다가
발을 헛디뎌 빠져버렸네
고인의 가는 길 편히 모시는
나는 행복한 장의사
한밤 중에 뺑소니차에
이웃집 아가씨 치어 죽어버렸네
얼굴 이쁘고 마음씨 착한
싹수 새파란 아가씨였네
뒤따른 차들이 밟고 지나가
누구 시체인지 알 수 없었네
고인의 가는 길 편히 모시는
나는 행복한 장의사
살 사람도 없는 시골 마을에
죽을 놈 찾다가 굶어 죽겠네
읍내 철물점 김씨 아저씨
섬다리 위에서 음주보행 중
이웃사람 만나 반가운 마음에
단숨에 달려가 밀어버렸네
고인의 가는 길 편히 모시는
나는 행복한 장의사
자식들 등록금 아내 감기약
시체 한 구에 150만원
이웃집 아가씨 퇴근하는 길
기다리고 있다 박아버렸네
한적한 시골길 도로변에서
가로등 하나 없는 깊은 밤이라
목격자 한 사람 찾질 못했네
나는 행복한 장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