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
적당히 맑은 날의 오후...
버스 차창으로 하늘을 올려다 보면 파아란색 하늘 속에 푸들을 닮은 흰 구름 하나가 떠 있습니다...
어... 저건 머리, 저건 몸통, 저건 다리...
아~ 구름이 어떻게 저렇게 생겼을까? 참 신기하네?
나는 구름이 사라질새라 그녀에게 문자 메세지를 보내죠...
"저 하늘에 푸들 있다! 하하~ 하늘 좀 보세요~"
너무 어색하다 싶은 마음에 웃는 눈 두개에 땀방울 몇방울도 붙이고...
대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가면 손바닥만한 우리집 마당엔 손톱만한 연못...
그 연못 속엔 빠알간 내 동생 붕순이...
"붕순아~ 잘 지냈어? 엄마가 밥은 주시든?"
진녹색의 수초 사이로 빠끔뻐끔 고개를 내미는 빨간 금붕어...
아~ 참 예쁜데 이건 보여줄 수가 없네... 안타까운 마음...
그녀가 보기도 전에 바람이 저 예쁜 푸들 구름을 다 쓸어가면 어떡하나...
연못 가득 푸른 수초를 먹성 좋은 붕순이가 다 먹어버리면 어떻게 하나...
바삭바삭한 가을 햇빛이 내 마음 눅눅한 곰팡이를 다 말려버리면 어떡하나...
곰팡이 슬도록 간직하고 있는 말... 사랑한다는 말... 한번 못하고 다 말라버리면 어떡하나...
용기는 없고 사랑은 넘치고... 가을은 깊어가고 그리움도 깊어갑니다...
어느 맑은 날...
그 여자...♀
카메라를 들고 느릿느릿 걸어가며 아무 사진을 찍어요...
아무 하늘에 대고 열두번 셔터를 누르면 달력 하나가 생길 거 같은 그런 날...
지금 하늘에는 쑤아~ 비행기가 한대... 호동이 입가에 하얀 침자국처럼...
슈아아~ 비행기가 또 한대... 호동이 코 밑에 하얀 콧물 자국처럼...
하얗게 생겨난 비행기 꼬리 두개..
저걸 누구에게 보여줄까... 이 사진을 누구에게 보여줄까...?
왼쪽 오른쪽 몸을 흔들며 생각해보면 저기서 스멀스멀 떠오르는 한 사람...
저 하늘에 푸들이 있다며 내게 가을 하늘을 채근하던 남자...
그 메세지를 받고 어디 어디? 내가 하늘을 보았을 때 그 푸들은 버얼써 밥 먹으러 가고 없었지만은 그 끝에 매달린 어색한 눈웃음이 내 마음에 남았네요...
예쁜 걸 나누고 싶은 사람 하나 있어서 마침 그 사람도 내게 그러해서 내 가을이 이렇게 예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