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옥에 갇혀 초상집과 같이 슬픔에 잠겨있는 집에 걸인이 동냥하러 왔다며 춘향모가 분위기 파악 못하는 걸인을 쫓으러 화풀이조로 거들먹 거리며 나온다. 어사는 걸인 취급을 당하지만 장난스럽게 장모에게 말을 건다. 김초향의 장기인 만큼 그의 장점이 압축되어 있는 녹음이다. 한성준의 절묘한 북반주도 일품이다.
원반 : Victor KJ1075(KRE138)
녹음 : 1936. 3. 3
(중중몰이)
“허허 이 걸인아, 눈치 없고 재치 없고 야마리 빠진 이 걸인, 이 골서 동냥을 허면 내의 소문을 못 들었나? 내 신수 불길하야 내 딸 춘향 옥으 넣고 명재경객이 되얏난디, 동냥은 무삼 동냥? 동냥 없네!” 어사또가 기가막혀, “나를 몰라, 어 자네가 나를 몰라? 경세위경년허니 자네 본 제가 오래로세. 세거인두백하(니) 백발이 완연이 되었으니 자네 일이 말 아닐세. 나를 몰라, 자네가 나를 몰라? 내가 이가래도 모르것나?” “어따 이 사람아, 말을 허소. 해난 저물어지고 명부지 성부지허니 내가 자네를 어찌 알아? 말을 하여 내가 알지. 이가라니 어는 이가여? 옳다, 인자 내 알았네. 자네가 자네가 군목질도 일쑤허고, 동문 안이 풍헌 아닌가?” “이이이이 이 자 말은 옳네마는 풍헌 자는 아니로세.” “그리며는 뉘긴가?” 어사또가 허는 말이, “허허 장모 망(령)이로, 우리 장모가 망령이여.” 춘향 어머니가 기가막혀, “장모라니 어떤 사람이냐? 남원 읍내 오입쟁이 놈, 아니꼽고 더럽더라. 내 딸 어린 춘향이가 오인 상대를 아니허고 양반 서방을 허였다고, 공연히 미워하야 명재경객이 되얏으니 인사 한 마디를 아니허고 내 문전으로 지내며 빙글빙글 비웃으며, ‘여보게 장모!’ 이가래면 환장할 줄로?” 어사또가 허는 말이, “내가 내가 올라가신 구관 자제 춘향 낭군 이몽룡, 그래도 자네가 나를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