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이 있으면 이별은 반드시 있게 마련이다. 우리 인간에게 애정을 다루는 많은 주제들도 있었지만 이별보다는 그 의미가 강렬하고 한스럽지 못하다. 춘향전 중 가장 애끊는 이별 장면을 명 고수인 한성준(1874~1941)의 중모리 북장단으로 이어간다.
고수 : 한성준
원반제공 : 이중훈
(아니리)
도령님이 춘향의 집에 이별차로 나가는디
(중모리)
온갖 생각 두루 헌다. 점잖하신 도령님이 대로변으로 나가면서 울음 울리가 없지마는 옛일을 생각허니 당명황은 마고영우이로되 양귀비 이별에 울어 있고, 항우는 천하장사로되 우미인 이별에 울었으니 날 같은 소장부야 아니 울 수 있겠느냐. 두고갈가 다려갈가 하서러우니 울어볼까 기맥히니 웃어 볼거나 저를 두고 내가 간다허면 그 행실 그 기운의 응당 장결할 것이요. 저를 다려 간다허면 부모님이 말릴 테니 저 못 보면 내가 살 수 없고, 나를 못보면 저도 응당 죽을 것이니 사세가 도무지 난처로구나. 길걷는 줄을 모르고 춘향 문전을 당도허니
(중중모리)
그 때의 향단이 요염섬섬 옥지갑 봉선화 따다가 도령님 얼른보고 깜작 반겨 나오면서 도령님 인(이)제 오십니까? 오늘은 왜 늦었소. 우리 아싸 기대리오. 전에는 오실적의 담밑에 예리성과 문에 들면 기침소리 오시는 줄 아겠더니 오늘은 누기를 놀래시라고 가만 가만히 오십니까. 도령님 아무 대답이 없이 대문안을 들어서니 그때에 춘향 어멈 도령님 드릴랴고 밤참 음식을 작만허다 춘향 어멈 반기보고 손벽치고 일어서며 어허 우리 사우 오네. 남도 사위가 이래 아질자질 어여뿐가. 밤마다 보건마는 낮에 못보아 한이로세. 도령님 아무 대답 없이 방문을 열고 들어서니 그때에 춘향이는 촉하에 침상놓고 도령님 물리치고 단순 호치를 열고 쌍긋 웃고 일어서며 옥수를 잡고 허는 말이 오늘은 왜 늦었소 오늘은 책방에서 무슨 소일을 하시느라 편지 일장이 없었더니, 방자가 병들었오. 어디서 기생왔오. 발써(벌써사투리) 괴로워 이러시오. 제 안지도 못하시오 도령님 앞에 안저 약주를 과음허여서 정신이 혼미헌가 입에다가 코를 대고 쌍긋쌍긋 맡어보며 술내도 아니 나내, 도령님 뒤로가 겨드랑에다 손을 너어 꼭꼭 찔러보되 종시 대답을 아니하니
(중모리)
춘향이가 무색허여 잡았던 손길을 시르르르 놓고 뒤로 물러나 앉이며 내색섞어 허는 말이 내 몰랐오 내 몰랐오 도령님 속 내 몰랐오 도령님은 사대부요 춘향 나는 천인이라 일시풍정을 못이기어 잠간 좌정허였다가 부모전 꾸중을 듣고 외인에 시비되고 장가의 방해가 되어서 떼는 수가 옳다허고 하직으로 왔었는데 속이 없는 이 계집은 늦게 오네 편지없네 목을 안네 얼굴대며 짝사랑 으응으응 외진기러기 오직 보기가 싫으셨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