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향가 중 난향이 춘향의 훼절을 강권

정정렬

연약한 춘향이는 사지에 매를 맞고 큰 칼 씌워 항쇄족쇄하고서 옥중에 갇혀있는데 옥방을 찾아온 난향이란 기생이 부귀영화 눈앞에 두고 있는데 고집부리지 말고 사또에게 수청들어라고 강요하는 장면이다.

고수 : 한성준
원반제공 : 이중훈

(아니리)
송죽 같은 춘향절개 꺽으려 난향이라는 기생이 옥으로 내려가 천언만어으로 달래겠다.

(평중모리)
적적한 심야간의 술상차려 들리우고 옥으로 나려가서 야아 춘향아 날치운디 장처가 어떠하냐 진직와 보랐더니 자연히 다사허여 이제와서 보는 일을 부대 노혀생각 마라마는 너는 고집도 맹랑터라 앵두서 허연 화엽이 세세년년히 젊을서니 구십춘광 두견이도 봄을 만나 즐기다가 화불송춘 춘자거라 삼춘이 점진허면 낙화풍진 동서비니 화진허면 접무정을 어느 나부(비) 돌아오며 일색홍안 여자몸도 소년 십오이십세에 장부호걸 사랑타가 역려건곤 허송하야 주여청사무송서을 귀밑에 서리치면 따릴남자 없느니라. 너죽어도 흙이되고 나죽어도 흙될인생 허송세월을 허을소냐 녹음방초 좋은때 임의신정을 새로 만나 천만교태 논일적에 고정은 멀어지고 신정이 미흡하면 어찌 아니 좋을소냐 오늘 마참 동헌에 갔더니 사또께서 공사없어 혼자 앉어 벼르기를 너를 이제 불러들여 굳이 허락을 아니허면 아조 박살 헌다기에 내 듣다 민망허여 내가 나와서 헌말이니 마음을 강작허여 날과같이 들어가자.
춘향이 이말듣고 말인즉 옳네마는 내 말을 들어보소 내 고집이 남과 달러 옥창연서저 상어수족 청송 금실이라 송백죽절 굳은 절행을 이제로서 허락허면 청송이 낙낙 푸른허고 서리친들 무슨 말로 말을 들이며, 여무 정절 후리치고 상하 동락을 허잔 말가 내고집이 이러키로 장차 명을 바처자니 사또전에 여쭙기를 춘향을 알어보니 훼절은 못하내여 어서 박살 죽여주면 혼비중천 높이 날아 삼청동을 올라가서 이몽룡을 보것다고 이말이나 전하여라.
난향이 무색하야 가저왔든 주안을 권하는데 먹는체 허망히 돌아간후 춘향이는 혼자앉어 자탄으로 울음울제 일조낭군 이별후의 오늘날이나 소식이 오며 내일이나 편지올까 기다리고 바랬다가 일월무정 절로가니 옥빈 홍안이 허무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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